![]() |
제주공항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지정면세점.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국가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 위조된 외국 화폐로 면세품을 구매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면세점에서 사용된 위조 화폐들은 JDC와 국내은행이 이중·삼중으로 짜놓은 위폐 감별 단계를 모두 무너뜨리고, 해외로 보내진 뒤에야 현지 은행과 수사기관을 통해 뒤늦게 적발됐다. 도내 감별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며 자칫 제주가 위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이들 기관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ㅣ제주서 사용된 위폐 홍콩서 적발 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NH농협은행 제주본부는 올해 4월 JDC에 "JDC가 보낸 외국 화폐 중 위폐가 섞여 있었다"고 통보했다. 문제의 위폐는 미화 100달러짜리(한화 기준 15만원 상당) 한 장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누군가 제주공항 내 JDC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입하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위폐는 농협과 외환 거래를 하는 홍콩의 A은행이 현지에서 처음 발견했다. 외환 거래는 서로 다른 국가의 통화를 은행끼리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JDC는 면세점에서 벌어들인 모든 외화를 매일 정산해 다음날 계좌가 개설된 농협은행에 보내고, 또 농협 측은 이렇게 받은 외화를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외환 거래 계약을 맺은 A은행에 보낸다. A은행은 감별 과정에서 농협 측이 보낸 화폐에 위폐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자 현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콩 경찰 감정 결과도 같았다. A은행은 이런 사실을 농협 측에 통보했다. 수많은 지폐와 섞여 있던 위폐 한 장의 출처를 JDC면세점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건 농협은행과 A은행 모두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알 수 있게 별도의 표기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ㅣ삼중 감시망 뚫려…범행 표적 됐나 JDC 면세점에서 위폐가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면세품 판매 대가로 받은 외화 중 미화 100달러 짜리를 위조한 위폐 한장이 섞여 있었다. 또 2022년과 2024년에도 각각 한차례씩 위폐로 면세품을 구입하는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JDC와 농협은행도 외화를 받을 때마다 위폐를 감별하고 있지만 소용없었다. JDC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 파견 업체 직원은 고객이 외화 현금으로 상품 구매를 희망하면 JDC가 매장 내 3곳에 설치한 위폐감별기 중 하나를 골라 위조 여부를 확인한다. 면세점 감별 단계를 1차 통과한 외화는 은행에 보내기지 전 JDC와 현금 수송 계약을 맺은 위탁업체가 또다시 감별한다. 은행 역시 외화가 들어오면 위폐감별기로 위조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가장 최근 발견된 위폐 2장은 'JDC-위탁업체-은행'으로 이어지는 국내 '삼중 감시망'을 모두 통과했다. 단 2022년과 2024년 각각 발견된 위폐들은 JDC 감별기는 통과했지만 농협 감정 단계에서 적발돼 외화 거래 용도로 쓰이지 않았다. 이는 곧 위폐가 과거보다 더욱 정교하게 위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JDC가 지난해 신형 위폐감별기를 도입했지만 적발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과 달리 국내 감시망이 위폐에 취약하면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제주는 국내 유일 무사증 지역으로 특정 국가 외국인은 비자 없이 제주에 입국할 수 있어 외국인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늘 있었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위폐를 차단하기 위해선 신속한 수사와 통화·보안당국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지만 JDC와 농협 측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두 기관 모두 "위폐가 홍콩 현지에 있고, 용의자 특정도 불가능 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JDC 면세점 일일 현금 외화 결제 규모가 미화 5000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누가 위폐를 사용했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매장 내 CC(폐쇄회로)TV 영상 보관 기간도 이미 경과해 신고해도 사용자를 특정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국가중요시설인 공항 내에서 위폐가 사용됐음에도 JDC 상급기관이자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JDC면세점은 승객이 신분증 검사와 신체 검색을 통과해야 진입할 수 있는 공항 '보호구역'에 있다. 공항 보호구역에는 경찰특공대와 보안 요원들이 수시로 오가는 등 경비가 삼엄할 뿐만 아니라, 한 번 진입하면 허가 없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면세점에서 의도적으로 위폐를 사용했다면 위폐 감별 능력의 취약성을 사전에 인지해 적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거나, 과거에도 범행한 재범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보고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보완 대책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JDC는 그동안 위폐 사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영업 손실을 뜻하는 '잡손실'로 회계 처리를 하는데 그쳤다. JDC는 취재가 시작되자 국토부에 보고하고, 위폐 감별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한편 형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외국 화폐를 누군가 사용할 목적으로 위조 또는 변조할 경우 1년 이상 징역에, 외국에서 통용하는 외국 화폐를 위조 또는 변조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각각 처해진다. 이상민·박소정기자 ■한라일보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