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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와일드 씽
화려하지 않은 고백
진명현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6.08. 02:00:00

영화 '와일드 씽'.

[한라일보] 90년대 혜성같이 등장해 데뷔곡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던 혼성 3인조 그룹이 있다고 한다. 각 멤버의 상징색과도 같은 빨초파 부대를 몰고 다니며 2집으로 컴백하자마자 음악 방송 1위에 오른 그 그룹의 이름은 '트라이앵글'이다. 헤드 스핀을 너끈히 구사하는 꽃미남 댄싱 머신 현우(강동원), 새침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을 가진 보컬이자 센터 도미(박지현),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으로 무장한 막내 래퍼 구상구(엄태구)까지 트라이앵글 멤버들은 일순간 스타덤에 오른다. 그러나 그들의 한때는 짧았다. 표절 시비와 구설수, 소속사 대표의 잠수 등의 악재가 맞물리며 '원 히트 원더' 가수로 세월과 함께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왕년의 스타'를 기억하는 것은 슬프게도 현재의 그들뿐이다.

손재곤 감독의 영화 <와일드 씽>은 이 빛바래 희미한 '트라이앵글'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선사하는 영화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났던 이들에게 그때로 돌아가도 된다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만땅 주유를 해주는 영화가 <와일드 씽>이다. 태초부터 숫자 3은 완벽한 균형의 숫자로 불려 왔고 '트라이앵글' 역시 현우, 도미, 상구 셋의 합이 선사하는 짜릿한 쾌감이 있다. 그런데 영화 <와일드 씽>은 셋 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트라이앵글'이라는 괴물 신인 옆에서 눈물을 삼키던, 무려 39주 동안 음악 방송 2위를 지켰던 한 사람이 더 있어야 완성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니가 좋아'를 부르던 발라더 최성곤(오정세)은 <와일드 씽>의 아픈 손가락이자 스피릿 핑거다.

<와일드 씽> 속 최성곤은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증폭시키는 캐릭터다. 등장 만으로도 관객들의 웃음을 예열시키는 존재인데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하면 포복절도에 이르게 하는 그야말로 4번 타자인 동시에 구원 투수다. <와일드 씽>의 큰 틀은 '트라이앵글'이 재기 무대를 향해가는 로드 무비인데 최성곤이 이들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소동극의 활기를 띤다. 동시에 '재기'라는 말이 주는 애틋한 무게감 또한 최성곤과 함께 영화에 오른다.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이라는 과거의 악연들이 한 차에 타고 다시는 없을 것 같은 무대로 향한다. 환호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고 다음이 또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어쩌면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를 무대로. 그리고. 작정한 코미디 영화가 주는 타격감에 신나게 웃던 관객들 또한 어느새 알게 된다. 저들이 저토록 찾고 싶은 것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지금도 나를 뜨겁게 만드는 사랑했던 흔적과의 재회임을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2인자인 최성곤이 '트라이앵글'의 클라이맥스 이전에 무대에 오른다. 말 그대로 숨 가쁘게 달려와 토할 것 같은 상태의 무대에서 최성곤이 자신의 히트곡 '니가 좋아'를 부르는 무대는 <와일드 씽>의 백미다. 오장육부를 다 동원해 토해내는 달콤한 사자후. 울고 웃는 일이 뒤엉켜 한 무대를 가득 채울 수 있음을 그 역할이 단 한 사람만의 역량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이가 최성곤을 집어삼킨 배우 오정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배우 오정세가 연기한 영화감독 박경세 또한 <와일드 씽>의 최성곤과 엇비슷하게 결핍에 수반되는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질투를 숨길 수 없고 행운은 잘 따르지 않는 범인이 오정세에게 종종 주어지는 역할이다. 쉽게 사랑하기 힘들고 맹렬히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 그의 품을 찾는 이유가 이제는 분명히 있다고 느껴진다. 배우 오정세가 자신을 찾아온 캐릭터를, 그들이 가진 결핍을 채워주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모자란 구석에 넘치게 사랑을 채워 넣는 일이야 말로 그의 특기임을 오정세는 차곡차곡 증명해 왔다. 박경세도 최성곤도 모두 무언가를 맹렬히 사랑해 슬픈 이들임을, 그 슬픔이 아름다운 구석을 가지고 있음을 배우 오정세는 아는 것 같다. 이를테면 무대 위의 최성곤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 그 장면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단지 포복절도의 쾌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랑이 준비된 자, 사랑으로 살아온 자, 사랑을 잊지 않고 잃지 않은 자의 한 소절은 어떤 이의 귀에도 들리기 마련이다, 오정세는 최성곤의 그 귀한 한 소절에 자신의 사랑 또한 모두 담아 관객들에게 건넨다. 이토록 웃기고 슬픈 감정이 뜨거운 사랑임을 가공할 설득력으로 보여주는 배우 오정세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여러모로 좋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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