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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의 문화광장] 섬의 거리가 예술의 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김미란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6.09. 02:00:00
[한라일보] 대한민국 문화예술 정책은 오래전부터 지역 문화 격차 해소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 왔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 인프라를 지역으로 확산하고,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주에서 문화 격차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제주 예술인에게 문화 격차는 단순히 공연장의 수나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 활동을 위해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이동의 비용'으로 다가온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섬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활동의 관점에서 섬이라는 조건은 때로 장벽이 된다. 예술인에게 도외 공연, 전시, 오디션, 워크숍, 협업, 교육, 네트워크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 그러나 제주 예술인이 이러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항공료와 선박 비용, 체류비, 장비 운송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육지 지역 예술인에게는 비교적 일상적인 이동일 수 있는 일이, 제주 예술인에게는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현실적 장벽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제주 예술인의 도외 예술 활동을 돕기 위한 지원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원의 규모나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주 예술인의 이동을 개인의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공적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교통비 지원만으로 제주 예술인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인이 더 넓은 무대와 만나고 지역 밖의 예술적 흐름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관심은 분명 필요하다.

문화예술에서 지역을 넘어선 활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을 넘어선다. 예술인이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는 것은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하며 더 넓은 관계망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동시에 제주 밖에서 얻은 경험과 자극은 다시 제주 안으로 돌아와 지역 문화예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한 예술인의 도외 활동은 개인의 경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제주 예술의 가능성을 외부에 알리고, 다시 제주 안에서 새로운 창작과 교육, 공연, 협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므로 이동을 돕는 정책은 시작일 뿐이다. 도외 진출 이후의 홍보, 공연 유통, 레지던시 참여, 창작 네트워크 구축, 지역 공연장과의 연계까지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제주 예술인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동시에, 밖에서 얻은 경험이 다시 제주로 돌아와 지역사회와 공유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히 한 번의 이동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활동이 제주 문화예술 생태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지역 문화 격차 해소는 추상적인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 지역이 처한 조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그 지역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마련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김미란 공연기획자·문화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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