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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
[2026 JDC와 함께 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 (2) 타인의 고통을 재단하는 시선에 대해
‘다정함을 가장한 프레임’의 경계를 허물다
미디어교육연구회 'ON'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6.17. 03:00:00
뉴스를 천천히 읽으며 연습하는 다정한 환대의 기술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응원하는 미디어 읽기




[한라일보] 교실에서 아이들과 정치적 약자나 소외 계층에 대한 뉴스 기사를 펼쳐놓으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불쌍해요", "도와줘야 해요" 같은 즉각적인 동정의 언어들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이지만,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는 교사의 시선에는 늘 한 줄기 고민이 스친다. 이러한 온정이 때로는 상대방을 '늘 슬프고 무력한 존재'로만 가두어버리는 또 다른 프레임(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미디어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뉴스 속 인물의 삶 전체를 '망가진 것'으로 쉽게 재단하곤 한다. "피해자는 늘 울고만 있어야 한다"거나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감사해하고 유약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 이른바 '피해자다움'이나 '약자다움'의 강요다.

이러한 시선은 얼핏 다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주체성과 일상을 복원할 기회를 빼앗는 무서운 '배제'가 될 수 있다.

1부(뉴스 슬로우 리딩으로 회복하는 환대의 기록) 2회차 수업에서 우리는 바로 이 '다정함을 가장한 프레임'의 경계를 허무는 뉴스 슬로우 리딩을 시도했다.

아이들에게 건넨 텍스트는 범죄나 재난 피해 이후, 꿋꿋하게 자신의 일상을 일구어 나가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생존자들의 심층 인터뷰 기사였다.



ㅣ기사의 행간에서 '박제된 슬픔'을 걷어내다

아이들은 평소 읽던 방식대로 기사를 3초 만에 훑어보고는 습관적으로 "피해자가 너무 안됐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교실의 속도를 늦추고 [활동지 1: 단어 징검다리]를 통해 문장을 꼭꼭 씹어 읽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멈춰 섰다. 기사 속 인물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내뱉은 "나는 언제까지나 피해자로만 살지 않을 것"이라는 문장에 아이들은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어진 [활동지 2: 행간의 실루엣] 시간, 아이들은 미디어의 객관적 서술 뒤에 숨겨진 인물의 진짜 목소리를 상상해 가상 일기로 채워 넣었다.

한 학생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울어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며 웃었고, 내일의 꿈을 향해 공부를 했다. 나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이겨내고 있는 단단한 사람이다."

아이들이 쓴 글 속에서 뉴스 속 인물은 더 이상 '동정의 대상'으로 납작하게 박제된 존재가 아니었다. 상처를 안고서도 매일의 밥을 먹고, 농담을 나누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입체적인 인간'이자 우리와 같은 '세계의 주인'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ㅣ'수업 실천 공유' 사유를 일상으로 채우는 '환대의 식탁'

슬로우 리딩의 종착지인 [활동지 4: 나의 리터러시 식탁] 시간, 하얀 접시 활동지 위에는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한 청소년들의 정성 어린 '행동 지침'들이 음식처럼 맛깔나게 차려졌다.

아이들은 섣부른 동정이 상대에게 권력 관계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닫고, '정중한 거리두기'와 '다정한 환대'의 균형을 식탁 위에 디자인해 냈다. "인터넷 뉴스에서 누군가의 불행을 가십처럼 소비하지 않기", "도움을 줄 때 상대방이 부끄럽지 않도록 배려하는 말투 사용하기", "학교에서 어려운 일을 겪은 친구를 만났을 때, 과도하게 캐묻지 않고 평소처럼 대해주기" 같은 구체적인 약속들이 터져 나왔다.

뉴스를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내 마음대로 정의하거나 재판하지 않는 오만한 시선을 내려놓는 일이다.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온전한 일상을 응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교실에서 뉴스 한 조각을 사이에 두고 매주 연습하는 가장 다정한 환대의 기술이다.

<연재팀/미디어교육연구회 'ON'>



수업 계획하기


▶수업 대상: 청소년(중·고등학생) 및 미

디어 리터러시 학습자

▶수업 주제: 뉴스 속 '피해자다움·약자다움'의 프레임 분석과 타인의 존엄 읽기

▶활용 자료: 사회적 재난이나 범죄 극복 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심층 인터뷰 뉴스

▶수업 성취 기준:

-미디어가 소외계층이나 피해자를 묘 사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섣부른 동정이나 연민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의 폭력성을 이해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는 '환대의 실천 지침'을 수립한다.

▶활동 단계

▷도입: 동정의 단어 찾아보기

-일상적인 미디어(뉴스, 기부 광고 등)에서 약자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자극적인 단어들 찾아내고 첫인상 나누기

▷전개: 팩트 너머의 입체적 서사 읽기

[활동 1] 단어 징검다리: 생존자 인터뷰 기사를 천천히 읽으며 주체적 의지가 담긴 단어(예: 일상, 극복, 꿈)에 주목하기

[활동 2] 행간의 실루엣: 기사 속 인물의 입장이 되어 미디어가 요구하는 눈물 뒤에 감춰진 '단단한 일상의 마음'을 상상해 일기로 쓰기

[활동 3] 프레임 저울: 우리가 읽은 뉴스가 대상의 슬픔을 과장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으로 저울질하기

▷정리: 정중한 이웃이 되는 법

[활동 4] 리터러시 식탁: 하얀 접시 위에 타인의 존엄과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내가 온·오프라인에서 실천할 '다정한 약속'을 채우고 발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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