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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타는 삶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기억… 제주 강정만 산문집
2022년부터 매일 분량 정해 글쓰기 '저물지 않는 제주바다의 문장들'에 50여 편 추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6. 06.17. 18:35:52
[한라일보] 그는 2021년 12월 말 돌연 어떤 깨달음에 이르렀다. 그리고선 이듬해 1월 1일부터 원고 매수를 정해 A4 용지 1장 반 정도의 글을 매일매일 쓰고 있다. "펜 끝이 얼어붙어 단 한 자도 나아가지 못하던 고통이, 문장의 수액으로 흘러내릴 때, 나는 비로소 어떤 '희열'에 젖어 들었고, '써야 할 이유'를 넘어 '살아야 할 이유'를 기어이 마주할 수 있었다." 그에게 요 몇 년은 "수십 년간 남의 이야기를 갈무리해 기사를 짜깁기하다 비로소 나의 글을 짓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강정만 산문집 '저물지 않는 제주바다의 문장들'(도서출판 황금알)은 그렇게 나왔다. 2022년부터 인터넷 신문 제주헤럴드 등에 올렸던 글 중에서 50여 편을 골라 묶었다.

산문집 맨 앞 '2023년 7월, 바다와 섬과 카페'에서 말미에 놓인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글동무들의 송년회까지' 등 거의 모든 글에는 바다가 있다. 서귀포시 '볼목리'(보목동 출신들은 '보목리'를 꼭 이렇게 부른다)가 고향인 그는 눈만 뜨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 속에 살았다. 바다 앞에선 섭섭함, 원망 따윈 잊혔다.

그 바다가 키웠을 문학적 감수성은 김승옥, 황순원, 천상병, 카뮈, 하루키 등을 불러내고 한기팔, 오승철, 문무병 등 제주 시인들의 이름을 붙잡는다. 때로는 쓴소리도 던진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는 이들의 일부 글을 읽으며, 나는 종종 멈칫하게 된다. 이 글들이 과연 '문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작품'이라 불리며 계속 이어져도 될 만큼의 밀도를 갖추고 있는가. (중략) 내가 믿어 온 문단은 문학을 팔아 생계를 잇는 장터가 아니었다"('문단은 언제부터 장터가 되었나' 중에서)고 말이다.

한라일보 편집부국장 등을 지냈고 지금도 현업 기자인 그이지만 어느덧 70대의 나이로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노을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산문집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노인'으로 칭하면서도 평소 탐독하던 책이 일러준 메시지를 마음에 담는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능동적으로 나아가라"는. 그는 오늘도 새벽 조깅과 글쓰기를 신앙처럼 받들며 삶이라는 바다에서 사색의 문장들을 길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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