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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98%가 같고 나머지 2%만이 다를 뿐인데 오늘날 인간과 침팬지의 모습과 삶은 달라도 너무도 다르다. 오랜 시간 진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라고 할 수 있는 DNA는 경험에 대한 반응, 축적 그리고 변용 등을 창조적으로 적용해 온 집적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침팬지와 다른 모습과 삶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유가 '염기서열'이 아니라 '그 서열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 영원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유전자(DNA)를 보관 내지 보호하고 있는 핵산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구조체를 염색체라고 하는데,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사람이 가장 많은 염색체를 가지고 있느냐 하면 이건 아니다. 사람의 염색체 수는 고작 46개에 불과하다. 돼지 38, 토끼 44개로 사람보다 적지만 소 60, 말 64개로 사람보다 많다. 심지어 새우는 254개로 훨씬 많다. 유전자의 개수로 생명체의 우열을 말할 수 없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고유하므로 애초에 생명체 간의 우열을 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문명은 흥망성쇠를 반복한다.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문명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았다. 그에게 문명은 탄생하고, 성장하고, 절정에 이르고, 쇠퇴한다. 로마도 그랬고, 이집트도 그랬으며, 미래의 서구 문명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계절의 순환 속에 있을 뿐이다. 마치 나무가 봄에 싹트고 겨울에 말라가듯이. 이 관점은 현대인들에게 다소 불편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래가 과거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문명에 대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문명을 연구할 때 더불어 우리 자신을 연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고,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인간도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랑을 갈망하며 삶의 의미를 묻는다. 수천 년 전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들은 문명의 역사가 기술의 역사는 될 수 있어도, 인간성의 진보를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어쩌면 문명이란 더 높은 빌딩을 짓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다시 묻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동양의 역법(曆法)에 기대면,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夏至)가 지났다. 모내기가 사라진 제주의 농촌에 귀한 비가 며칠 내려주었다. 계절의 약속은 늘 지나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선거 기간 중 그토록 떠들어대던 소리를 듣느라 귀가 아플 정도였다. 결과를 사람마다 다르게 바라보곤 하는데 다 그럴 만한 것으로 귀결이 됐는지도 모른다. 또 한동안 그 이유를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물오른 숲, 헤아릴 수도 없는 생명들이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는 곶자왈로 가서 귀를 기울이고 싶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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