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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꾀꼬리’·‘거꾸로’, 억측일 뿐 [한라일보] 꾀꼬리 울음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는 오름이 있다.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표고 428.3m에 자체높이 58m인 오름이다.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이란 문헌에 '거구리악(巨口里岳)', 이후 17세기 중반에 '도전악(倒轉岳)', 19세기 후반엔 '도전악(倒顚岳)', 20세기에는 앵악(鶯岳), 1965년에 '각골악', '각골岳(악)'으로 표기했다. 지역 비문에는 앵악(鶯岳), 앵봉(鶯峰), 보문악(普門岳), 보문악(寶文岳), 보문악(保門岳)으로도 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기록 '거구리악(巨口里岳)'은 한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그러니 당시 이 오름을 '거구리오름'이라 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는 속성상 발음을 정확히 받아 적기가 불편하게 돼 있다. 어떤 글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면서도 쉬운 글자를 채용한다. '거구리악(巨口里岳)'도 그런 예이다. '도전악(倒轉岳)'의 '도(倒)'란 '거꾸로 도'이므로 훈의 발음 '거'를 채용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며, 이어지는 '전(轉)'은 '구를 전'이므로 역시 뜻과는 무관하게 훈 '구를'에서 '구리'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면 '거구리오름'이 된다. '도전악(倒顚岳)'이라는 표기는 '거꾸로 도'와 '산머리 전' 혹은 '업뎌딜 전'이라고도 하는 글자의 조합이다. 이 저자는 이전 '도전악(倒轉岳)'이라고 표기된 것으로 실제 뜻이 '거꾸로'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거나, 일반에서 '거구리오름'이라고 하는 것을 '(지세가) 거꾸로인' 오름으로 받아들여 썼을 것이다. '각골악'이란 지명은 '거구리오름'의 어두음 '거'의 강세 혹은 경음화현상을 반영해 '각'으로, '구리'의 축약형 '굴'의 변음으로 '골'을 썼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거구리오름'이던 것이 '꺼꾸리오름'으로, 이것이 '꾀꼬리오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앵악(鶯岳)이니 앵봉(鶯峰)이니 하는 한자표기는 이런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표기한 사람이 글자 뜻대로 새 꾀꼬리로 인식하여 쓴 것인지 뜻과는 무관하게 발음 '꾀꼬리'라는 점만 나타내려고 한 것인지는 모른다. ![]() 것구리오름. 북동쪽에서 촬영. 김찬수 것구리, 골이 있는 오름 '거구리오름', '꾀꼬리오름', '것구리오름'의 실제 무슨 뜻인가? 어떤 책에는 이 오름의 지형이 꾀꼬리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래하는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했다. 어느 방향에서 봤길래 이런 해독이 나왔는지 몰라 멋쩍어서 그랬을까 풍수지리설에 근거한 해독이라 부연했다. 이런 설명은 여러 책에 나오는데 이것은 발음이 '꾀꼬리'로 나오고, 고전에 앵악(鶯岳)이라는 표기가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독은 글자에 매달린 해독이랄 수밖에 없다. 꾀꼬리와 이 오름의 관계가 분명치 않고, 풍수지리설이라는 것도 고려시대에나 들어왔으므로 고대인들이 오름의 지명에 반영했다고 보기엔 무리다. 또 다른 책에는 한라산을 향해 거꾸로 누워 있다는 데서 붙였다고 한다. 한라산 쪽인 남쪽은 낮고 바다 쪽인 북쪽은 높다는 데서 붙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오름에서 한라산은 남서쪽에 있다. 그리고 이 오름에서 가장 높은 곳은 남동쪽이고 북서쪽이 가장 낮다. 또한 왜 한라산과 방향을 대비해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거구리오름', '꾀꼬리오름', '것구리오름'이란 '골'이 있는 오름이란 뜻이다. 지난 회에서 다룬 '까끄래기오름'은 'ᄀᆞᄀᆞ래기오름'에서 기원한다고 했다. '골'이란 'ᄀᆞᆯ', 'ᄀᆞ로' 등으로 발음되고 'ㄹ'이 탈락해 '고(ᄀᆞ)' 혹은 '고이'로 되기도 한다. 여기에 역시 골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의 'ᄀᆞ래기'가 덧붙어 'ᄀᆞᄀᆞ래기'가 된 것이 '까그래기오름'이다. 여기서 '오름'은 덧붙은 것이다. '거구리오름', '꾀꼬리오름', '것구리오름'도 이와 같은 연유로 '까끄래기오름'과 같은 뜻이다. 이 오름엔 연중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다. 이걸 '골'이라 한 것이다. '골(짜기)'이란 커야만 그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물이라도 계속 흘러나와 흐르면 '골'이다. ![]() 것구리오름 자락에서 솟아나는 샘. 원물이라 부른다. 김찬수 ‘다래물’이라 불렀던 흔적 보문악(普門岳), 보문악(寶文岳), 보문악(保門岳) 등의 지명 표기는 위에서 본 지명들과는 이질적이다. 어떤 연구자는 이게 보문사(普門寺)라는 절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고 했다. 오름이 있고 절이 있는 것이다. 절 이름을 지을 때 그 산의 이름을 따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보(普)'라는 글자는 '두루 보'다. '두루'라는 말은 제주어에서 물을 지시하는 'ᄃᆞᆯ', 'ᄃᆞ래', 'ᄃᆞ르' 등을 나타내려고 쓴 것이다. 이하 '보(寶, 保)'는 여기서 파생한 글자들이다. '문(門)'이란 물의 음차로 흔히 쓴다. '문(文)'도 마찬가지다. 이 한자 지명들은 이 물을 'ᄃᆞ래물'이라고도 했음을 보여준다. 이곳을 원동(院洞)이라 하는 것도 'ᄃᆞᆯ', 'ᄃᆞ래', 'ᄃᆞ르' 등을 '원'이라 차자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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