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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의 36.1%로 역대 최고치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혼자 산다. 인류사에 전례 없는 풍경이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갈수록 혼자가 편하고 함께는 힘들다. 클릭 하나면 밥과 물건과 오락이 문 앞까지 온다. 각자의 화면 속에 나만의 왕국이 세워진다. 알고리즘은 내 취향만을 맞추고, 거슬리는 것은 차단된다. 그렇게 타자를 겪을 기회가 사라진다. 겪어보지 못한 타자는 이해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타자는 쉽게 분노와 혐오를 일으킨다. 오늘날 갈등이 첨예하고 배타가 심화된 것은 사람들이 악해져서가 아니라 서로를 견디는 연습이 사라져서다. 타자와 공존하는 힘은 가정과 학교, 골목과 일터에서, 선택하지 않은 타자와 부대끼며 길러져 왔다. 그 훈련장들이 무너져간다. 주장할 뿐 경청하지 않는다. 내로남불과 남 탓이 기본값이다. 소통 과잉의 시대에 소통 불가가 쌓인다. 이에 대한 각성과 반작용으로 곳곳에서 공동체 실험이 이어지나 이 또한 쉽지 않다. 공동체 살이란 개인이자 전지구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고 책임감이 있으며, 자기 성찰적이고 공정한, 결속력이 강하나 배타적이지 않은 개인들이 끝없이 상호작용을 조율하고 훈련해 가는 과정이다. 쉽게 누군가의 배제로 결속하는 공동체는 안과 밖의 구분을 강화하며 바깥을 만들어 안을 지키려 한다. 이는 공존 연습이 아니라 교묘한 배타의 심화다. 문제 해결적 공동체 역시 상처와 분열의 아픔을 겪는다. 인간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명'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웃은 담장 안에서가 아니라 담장이 흐려진 자리에서 자란다. 세상살이 자체가 공동체 살이다. 인공지능(이하 AI)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은 줄고, 1인 가구 증가의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다. 의식주와 혼자서는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로가 필요했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필요가 만든 관계는 필요의 감소와 함께 사라져 간다. 소통의 한계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진실로 건드려지고 움직여져서 그 '부름'에 몸과 마음으로 응답함으로써 자기 효능감을 경험하는 것을 '공명'이라 불렀다. 이러한 공명을 경험한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공명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요구되거나 계획·통제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기쁨이다. 공명 없는 소통은 메아리이거나 강요이기 쉽다. 이질적인 타자와의 공존을 원하는가. 이는 시대가 던지는 물음이다. 누군가는 매끄럽기만 한 AI와의 관계에 안주할 것이고, 누군가는 AI와 더불어 더 밀도 높은 만남을 빚을 것이다. 밀도 있는 '공명' 관계의 부재가 빈부의 격차보다 더 절박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훈련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타자를 진실로 존중하고 때로 견디며 환대하는 능력이다. 이는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쌓을 것은 담장이 아니라 밀도와 공명이다. <신윤경 봄정신의학과의원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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