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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오지선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7.22. 01:00:00
[한라일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의 등굣길. 반걸음 뒤에서 따라 걸으며, 갈림길이 나왔을 때 몇 번이나 "이쪽이야"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 방향을 정했다. 알려줬다면 훨씬 쉽게 학교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물러서 있었던 것은 스스로 길을 찾는 힘을 기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아이는 늘 올바른 선택만 했던 것은 아니다. 돌아가고 넘어지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고, 어느새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성인으로 자랐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불안한 순간이 많다. 부모는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먼저 답을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한다. 그러나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등교를 힘들어하거나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얼마 전 만난 한 부모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집에서만큼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둘 늘려가는 모습을 보며 혹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스스로 걸어 나올 힘까지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학교에 다니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힘은 결국 아이가 길러 가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혼자 두자는 뜻은 아니다. 기다림은 방임과 다르다. 아이가 길을 헤맬 때 곁에 있어 주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아이가 결정하도록 한 걸음 물러서는 일이다.

아이의 성장에 함께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매일 마주한다. 그럴수록 학교 곁에도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교육청과 지역사회는 학교가 아이 곁을 오래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고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늘 순탄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어른들 역시 흔들리고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모두가 주인공, 함께 성장하는 제주교육'이라는 말은 모두가 앞에 나서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힘을 배우고, 부모는 기다리는 용기를 배우며,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는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보다 반걸음 뒤에 선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기다려 주는 순간, 아이는 자기 삶의 길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오지선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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