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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조용히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황근, 흔히 '노란 무궁화'라 불리는 꽃이다. 황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장미처럼 진한 향을 내뿜지도, 모란처럼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지도 않는다. 그저 연한 노란빛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고, 한가운데 붉은 무늬 하나를 품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꿋꿋이 견디며 꽃을 피우는 황근의 꽃말은 '보물주머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보물주머니에 또 하나의 귀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제주도는 황근을 활용한 세미맹그로브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생태계 복원과 탄소흡수원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 주변의 무뚝뚝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제주도 남자는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탓인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안다. 그 무뚝뚝함은 결코 무심함이 아니라는 것을. 말은 적어도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고, 표현은 서툴러도 가족을 향한 걱정은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노란 황근꽃 한 송이. 누구의 눈에도 크게 띄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자연을 품고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침묵 속에,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삶 속에 가장 깊은 진심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이형희 서귀포시 산지경영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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