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회
불법 도축·폭염 속 뛰는 말들… "말 복지 체계 부실"
농장서 말 불법 도축한 50대 축산물관리법 위반 입건
현장서 퇴역 경주마 등 말 4마리·흑염소 1마리 방치
정오에 시작하는 야간경마… "경기 취소 기준 마련"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입력 : 2026. 08.10. 16:50:00

지난달 31일 말 불법 도축이 이뤄진 현장에서 발견된 말들. 일부 말들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제주비건 제공

[한라일보] 제주에서 퇴역 경주마가 불법 도축 현장에서 발견되고, 연일 내려지는 폭염특보 속에도 경마가 진행되는 등 말 복지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제주시는 말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말 1마리를 불법으로 도축한 혐의를 받는다.

제주시 관계자는 A씨가 말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법적 규제에 벗어난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 학대를 했는지 판단하고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말 도축은 허가받은 시설에서만 가능하고, 도축 전 기절을 시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제주자치경찰단은 A씨를 축산물위생관리법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시민단체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에 따르면 불법 도축 이후인 지난 3일까지도 현장에는 도축된 말의 사체와 함께 말 4마리와 흑염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단체는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한국마사회 말 긴급구호체계에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동물들은 지난 4일 제주도청에서 구조돼 보호시설로 이송됐다.

특히 구조된 말 1마리는 지난달 16일 퇴역한 경주마 '천행챗'으로 확인됐다. 천행챗은 퇴역한 뒤 '승용마'로 용도가 변경돼 등록됐으나, 승마장이 아닌 불법 도축 현장에서 발견됐다.

제주 야간경마 모습.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제공

폭염 속 강행되는 경마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마사회가 여름 혹서기를 맞아 기수와 경주마 보호를 위해 '야간 경마'를 시작했으나, 첫 경주가 낮 12시 30~50분에 시작되면서 가장 더운 낮 시간을 피하지 못하면서다.

또 마사회가 지난 8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경주 취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일주일 사이 제주와 경마 현장에서 한국마사회의 말복지 정책을 되묻게 하는 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며 "위기의 순간 마사회의 긴급구호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승용마로 전환된 퇴역경주마가 어떻게 불법도축장에 이르게 됐는지 이동과 관리 과정, 보호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염 위험이 매우 높은 단계에 이르러서야 취소를 검토하는 건 말의 안전보다 경마를 우선시한다는 증거"라며 "기온과 습도, 더위체감지수(WBGT)를 고려해 경주시간 변경과 취소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라일보는 한국마사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정기휴무일(월·화)인 관계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라일보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