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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고(故) 김영갑 작가의 기증 사진전을 보러 국립제주박물관에 다녀왔다. 먼 마을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보던 그의 사진을 오랜만에 시내에서 함께하게 돼 반가웠다. 사실 건축가인 필자는 사진을 보는 법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여러 사진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전해지는 특유의 분위기를 마음속에 간직해 왔었다. 전시를 둘러보고 있으면, 제주의 자연이 드러내는 순간순간들을 속속들이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그 모든 순간에는 누구나 감탄하는 아름다운 풍광만이 아닌 자연이 살아가는 생사고락(生死苦樂) 그대로가 담겨있는 듯하다. 작가는 말했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라고 말이다. 고요히 앉아 있는 오름의 능선은 억새와 나무의 세찬 흔들림과 조우하고, 언덕을 뒤덮은 자욱한 구름 사이로 한 줌의 빛줄기가 새어 나온다. 땅의 평온함은 휘몰아치는 바람의 움직임에 의해 드러나고, 안갯속 어둠은 서서히 걷히며 광명을 탄생케 하고 있었다. 모순이 빚어낸 다채로운 순간들의 향연! 변화무상(變化無常)한 날것의 자연은 서로가 서로를 이야기하며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그 현장에서 작가는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까? 그는 바람이 불면 멈출 때까지, 구름이 능선을 넘어갈 때면 그 흐름이 끝나기까지, 언제나 긴 시간을 견디며 서 있었다고 한다. 같은 장소를 수없이 반복해 찾아 나서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익히고, 그 차이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의 사진에서는 찰나의 환상을 붙잡는 기술을 넘어서 자연과 영원히 함께하려는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시를 보고 나니 두모악이 그리워진다. 작가가 오랜 시간 머물던 마을에 쓰임을 다한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 말년에 루게릭병과 싸우며 더 이상 출사를 다닐 수 없게 됐을 때, 손수 일궈간 작가의 마지막 작업이다. 그의 건축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다시 두모악을 찾아가 천천히 거닐며 여기저기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문득 이곳이 단순히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건물을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작업실에서는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전시실 창으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은 또 하나의 사진이 된다. 굳어가는 근육을 놀리지 않기 위해 마당 곳곳에 쌓아 올린 돌담에는 마삭줄이 덮여가고, 건물 주변으로는 풀과 나무가 솟아 외벽으로 뻗으며 담쟁이가 피어오른다. 자연을 사랑한 예술가의 건축은 자연의 생명력으로 다듬어지며, 또 그렇게 자연과 하나를 이뤄가는 듯했다. 김영갑 선생은 두모악에서 고이 잠들었지만, 그의 작업이 자연과 나눠갈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제주의 자연에 오롯이 녹아들려 한 그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우리에게 귀감을 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길 바라본다. <현승훈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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