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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의 데스크칼럼] 공포와 혐오 키우는 ‘제주 때리기’ 중단해야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26. 09.01. 01:00:00
[한라일보]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실종·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도를 넘고 있다.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을 넘어 제주가 마치 범죄가 횡행하는 위험 지역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2024년 제주관광 이미지를 훼손했던 이른바 '비계 삼겹살' 논란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장이 거세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경찰 대응에 대한 검증은 당연하다.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일부 방송과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합리적인 비판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일부 유튜브와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제주 지역 실종 사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숫자와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마치 제주에서 매년 1000여 명이 사라지고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공포심을 자극한다. '죽어도 서울에서 죽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범인을 잡지만 제주에서는 수사 역량이 떨어져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식의 주장까지 떠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제주를 위험한 섬으로 낙인찍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건이 정치적·혐오적 소재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체류 중국인 문제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국적이나 집단을 범죄와 연결한다면 외국인 혐오와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제주 지역 치안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반대로 범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주는 위험하다'는 주장의 상당 부분은 근거를 잃게 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타살을 전제로 범인을 상상하고 제주 전체의 치안 수준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제주 경찰도 이번 사안을 담당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실종 사건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철저히 책임을 묻고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제주도 역시 사실과 다른 정보가 확산한다면 정확한 통계를 제시해 바로잡아야 한다. 실종 신고 건수와 미발견 인원을 명확히 구분하고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제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이미지와 신뢰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렇다고 사건을 덮거나 잘못을 감추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건은 철저하게 규명하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제주 전체를 '범죄의 섬'으로 몰아가는 행태에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은 조회수를 위한 콘텐츠도, 지역과 국적을 공격하는 정치적 도구도 아니다. 경찰의 잘못은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제주 전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와 혐오를 키우는 '제주 때리기'가 아니라 사실과 증거에 근거한 냉정한 판단이다. <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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