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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문화광장] 대화, 작품 감상의 모든 것
김연주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9.01. 03:00:00
[한라일보] 시라토니 겐지는 시각장애인이다. 그중에서도 전맹(全盲)이다. 그러니까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자주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한다. 시라토니 겐지의 작품 감상은 함께한 이들에게 건네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주세요." 질문받은 사람들은 우선 저마다 자신이 그림에서 본 형태, 색채 등을 말한다. 그러고는 이와 같은 단순한 정보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작품 속 인물의 감정 등도 덧붙인다.

어쩌면 이때부터 진정한 의미의 작품 감상이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같이 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작품을 혼자 보거나 비시각장애인끼리 봤을 때보다 주의 깊게 작품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해석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과 태도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시라토니 겐지와 함께하는 전시 관람을 무척 즐긴다고 한다. 심지어 매번 봐왔던 작품이었는데도 미술관 직원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을 깨달은 적도 있었다. 시라토니 켄지에게 작품을 설명해 주면서 미술관 직원은 자신이 호수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은 들판이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시각장애인이 눈이 보인다고 해서 전부를 보는 아니다. 일부만 보거나 잘못 보거나 심지어 안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시각장애인만이 설명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도 함께 이야기 나눌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관람객을 몰고 다니는 인기 도슨트를 모시기 위해 미술관이나 화랑이 무척 애쓰는 요즘 시라토니 겐지의 이야기는 작품을 본다는 행위는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했다. 물론 도슨트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관람객의 작품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작가와 작품에 흥미를 갖게 한다. 실제로 미술 향유층을 늘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미술 관련 유튜브 유명 채널도 마찬가지다.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많은 관람객을 보면서 이들의 영향력을 실제로 체감한다. 다만 누군가에게 즐겁게 듣는 이야기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바탕은 될 수 있으나, 작품 감상의 모든 것은 아니다. 작품 감상에서는 지식을 넘어가는 지점이 필요하다. 감상은 눈과 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까지 가야 한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해서 인지 나는 누구보다 전시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비엔날레에 가면 모든 전시 장소에 가야 하고, 모든 작품을 봐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과연 나는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감상은커녕 지금까지 작품을 단 한 점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만 같다. 올해는 제주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비엔날레가 열린다. 이번에는 한 작품만이라도 그 앞에서 함께 전시를 보러 간 사람들과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며 혼자 봤을 때 결코 알지 못했을 것들을 깨달아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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