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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실재, 그 진심 어린 파동
미술단체 파도 4회 단체전
이룸갤러리 한라일보점서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6. 09.01. 17:03:31

정재훈 작 '등을 따라 걷는 길'. 미술단체 파도 제공

[한라일보] 푸른 하늘 아래 야트막한 오름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발길 닿은대로 오름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그곳에 닿을 것만 같다. 멀리서 보면 티없이 아름다운 이 풍경의 한편에 놓이는 짙은 그림자. 꼭 사람을 닮았다. 3일 시작되는 미술단체 '파도'의 단체전에서 만날 수 있는 정재훈 작가의 '등을 따라 걷는 길'이다.

정 작가는 3년간의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첩에서 이 풍경을 눈에 담았다고 했다. 제주 동쪽 어딘가의 오름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아름다움, 그 너머였다. 아버지처럼 아픈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풍경이 마음 속 불안마저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거라는 데 생각이 닿았다. 그럼에도 결코 희망을 놓치는 않았다.

정 작가는 "그림자는 우리 마음의 어떤 불안 같은 것들"이라며 "그런 불안을 안고도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아름다운 여정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희망을 찾아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찾으러 다니는" 삶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전시에는 정 작가를 포함한 파도 회원 12명이 참여한다. 강혜지 김보미 김원재 김진영 박민서 박현준 오지우 이주성 임다훈 장도경 정재훈 황준용 등이다. 김산 작가는 초대 작가에 이름을 올렸다. 파도 회원인 문휘빈, 김근석 씨가 기획을 맡았다. 파도는 제주 출신으로 제주와 서울 등에서 작업을 잇고 있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회화 작가, 조각가 등이 함께하고 있다.

강혜지 작 '피안의 정원'. 미술단체 파도 제공



전시는 '파도: Log.4 : untitle(언타이틀)'이란 제목처럼 그들의 네 번째 항해 일지다. 파도라는 하나의 현상 아래에 무수한 물방울이 솟구치듯 작가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궤적을 작품으로 내어놓는다.

파도는 전시를 찾는 이들이 "하나의 결론을 찾거나 하나의 해석으로 작품을 서둘러 묶지 않기를" 바란다. 문휘빈 기획자는 전시 서문을 통해 "이름표를 떼어낸 사물들이 뿜어내는 날것의 진동을 그저 느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록 이름은 없으나 분명히 실재하는 진심의 파동이 당신의 마음에 닿아 또 다른 물결을 일으키기를" 기다리면서다.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시작되는 다음 물결이 있다는 것을 '이름 없는' 전시로 이야기한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 계속된다. 장소는 이룸 갤러리 한라일보점(제주시 서사로 154 1층)이며, 전시 오프닝은 2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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