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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잠시 쉴 곳을 찾기도 한다. 이는 제주인들도 마찬가지다. 잿빛 건물과 자동차,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와 메시지, 경쟁과 성과를 요구하는 삶으로부터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제주에 닿자마자 이들은 도시에서의 습관으로 제주를 소비한다. 유명 카페와 맛집을 찾고, 사진을 찍고, 새로 생겼다는 SNS상의 유명 장소를 찾아간다. 제주로 왔지만 정작 제주의 것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인들의 삶은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을 잊고 산다. 물질과 속도를 기준으로 질주하는 도시의 삶은 편리하지만,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거리를 넓혀 버렸다. 혹 이런 경각심으로 제주를 찾는지도 모른다. 제주에는 도시가 잃어버린 바람과 바다, 오름과 숲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자체로 의미가 되는 풍경들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쉼조차 소비하려 한다. 제주 관광의 방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 많은 시설과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제주에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개발이 아니라 덜 만들고도 더 머물게 하는 일이지 않을까. 보고 지나가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소비하는 관광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관광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올레길이 처음 보여주었던 가치도 바로 이런 방향이었다. 길을 걷고 돌담을 만나며 마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길 주변이 온통 소비의 공간으로 변하면서 몸은 걸어도 마음은 쉬지 못하는 모순이 생겼다. '돌낭예술정원'은 제주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또 하나의 볼거리나 예술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예술 속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장(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소비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때로 우리를 멈추게 하고,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자연과 예술이 서로 스며드는 공간에서의 쉼은 몸만 쉬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자연과 관계를 맺는 관광, 소비보다 창조와 성찰을 얻게 되는 관광이야말로 미래 제주의 방향이지 않을까. 바다는 바다인 채로, 오름은 오름인 채로, 숲은 숲의 모습 그대로 항존(恒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을 가공하면 편리함은 얻을지 몰라도 우리가 꿈꾸는 제주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어쩌면 제주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경험이 아니라,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라면 얼마나 좋은가. '돌낭예술정원'에서의 작은 쉼이 그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제주를 찾아 끝내 만나야 할 것은 제주 자체가 아니라, 제주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우리 자신인지도 모르기에.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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