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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영화 '암살자(들)'가 개봉하자 극우의 공격이 시작됐다. 평점 테러, 중국 자본설, 고발, 주연 배우의 집 앞 집회 예고까지 이어졌다. 이 격렬함은 새롭지 않다. 박정희 시대, 국가는 육군합창단의 목소리로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나의 조국'을 음반에 담아 퍼뜨렸다. 독재의 시대, 국가는 영화를 자르고 노래를 금지했다. 문화를 가장 두려워한 권력이 문화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노래가 독재자의 훈시보다 더 깊게 몸에 새겨진다는 것을, 이야기가 기억을 재생산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정확히 이해했다. 학살과 죽음을 지우고, '조국 근대화'라는 단일한 기억의 생산. 그것이 박정희 시대의 전략이었다. '암살자(들)'을 향한 공격은 그 손의 후예다. 지금 극우가 지키려는 것은 한 인물의 명예가 아니라, 반세기 전 국가가 만들어낸 과거다. 이승만과 박정희 신화에 도전하는 모든 것은 '왜곡'일 뿐이다. 이야기를 독점하려는 욕망, 다른 이야기를 지우려는 충동이야말로 우익의 역사적 DNA다. 검열의 손이 알고리즘의 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주4·3도 예외가 아니다. 유튜브에는 4·3을 '남로당 폭동'으로 단정하는 영상이 넘쳐난다. 종편 채널조차 1947년 3·1절 기념대회를 남로당이 주도했다는 점만을 부각한다. 그들은 발포의 책임을 지우고, 3·1과 4·3 사이의 역사적 인과를 지운다. 그 빈자리에 '남로당 지령설'을 채워 넣는다. 토벌을 지휘하다 부하에게 암살된 박진경을 '구국의 영웅'으로 다시 호명하려는 시도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사실을 하나씩 비틀어 결국 4·3 전체를 '공산 폭동'의 서사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지금의 부정은 과거와 형식이 다르다. 예전의 역사 부정이 국가가 내세운 공식 담론이었다면, 지금의 그것은 '콘텐츠'다. 사이버 렉카가 퍼 나르고, 쇼츠와 밈이 증식시키고, 슈퍼챗이 보상한다. 왜곡은 이제 신념이 아니라 수익 모델이다. 사실을 지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논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 말 속에서 학살은 견해가 되고, 증언은 주장이 되어버린다. 피에르 비달-나케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을 '기억의 암살자들'이라 불렀다. 그는 부정론자 들을 '종이 위의 아이히만'이라고 불렀다. 학살을 부정하는 글쓰기는 학살의 연장이라는 뜻이다. 그는 부정론자들과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토론의 상대로 인정하는 순간 거짓은 하나의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침묵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거짓이 어떻게 조립되는지 하나하나 해부했다. 부정론자와 토론하지는 않되, 부정론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하는 것. 그것이 그의 윤리였다. 오늘 우리 앞에 선 것은 종이 위의 아이히만이 아니라 화면 위의 아이히만들이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체험 세대가 몸으로 전하는 소통적 기억이 대략 80~100년, 서너 세대를 넘기면 문화적 기억으로 옮겨 가야 한다.4·3은 지금 그 문턱에 서 있다. 증언자들이 떠난 자리에서 기억은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카이브에 쌓인 '저장 기억'은 사회 속에서 다시 호명되는 '기능 기억'으로 활성화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억이 된다. 활성화되지 못한 기억의 빈자리는 다른 이야기가 차지한다. 기억의 암살자들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든다. 제주 4.3 왜곡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필요하다. 그러나 법은 늦고 알고리즘은 빠르다. 처벌이 아니라 생산이 먼저다. 왜곡을 일일이 찾아내 팩트체크하고, 4·3의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만들어 유통해야 한다. 쇼츠에는 쇼츠로, 밈에는 밈으로. <김동현 소설가·문학평론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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