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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제주의 5월은 낮에도 밤에도 한겨울 눈이 온 것처럼 제주의 들판이 하얗다. 중산간 들녘을 가득 채운 메밀꽃 때문이다. 메밀밭에 바람이 불면 하얀 꽃들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검은 밭담과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들판에 눈이 내린 듯하다. 제주의 메밀은 한 해에 두 번 파종할 수 있다. 그래서 봄이나 가을에도 메밀꽃을 볼 수 있다. 특히 물 빠짐이 좋은 밭에서 자라는 메밀은 녹색 줄기와 잎, 하얀 꽃, 밭담과 어우러져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주변의 오름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까지 겹쳐지면 어느 곳이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제주에는 메밀을 주제로 한 행사들이 많다. 중산간 곳곳에서 메밀꽃 축제가 열리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사람들을 맞이한다.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메밀꽃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메밀꽃과 돌담, 오름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소중한 사람과 사진 한 장을 남기며 제주에서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수확한 메밀은 다시 메밀가루와 메밀로 만드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꽃에서 풍경으로, 풍경에서 음식과 생활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제주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자연과 농업, 마을과 음식, 돌담과 오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각각의 요소가 특별해서라기보다, 서로 어우러져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제주다운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제주는 새로운 볼거리와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곳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다시 발견해야 하는 곳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제주가 가진 것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찾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가을이 깊어 가는 10월, 제주 중산간 들녘에 다시 메밀꽃이 피어난다. 제주 외 지역에서는 나무에 단풍이 들고 가을의 색이 짙어지는 시기에 제주의 들판은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물들어 간다. 제주의 돌담, 오름, 메밀, 마을의 골목과 농업, 음식과 바다, 현무암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들이 제주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연결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만들 수 없는, 고유하고 특색 있는 풍경과 이야기가 된다.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무엇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면 주변에 하얀 메밀꽃이 보일 것이다. 검은 돌담 사이로 하얀 메밀꽃들이 봄에도 가을에도 피어나고, 오름과 한라산을 배경으로 가을 들판이 눈이 온 것처럼 밝아 보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10월의 눈'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 눈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것들을 방문객들도 같이 나눌 수 있도록 해보자.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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