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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낮과 밤은 서로에게
이야기의 탄생
진명현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10.12. 02:00:00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

[한라일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다른 누군가의 눈 앞에서 멈칫대다가 결국 마음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일을 보는 것은 김종관 감독의 영화가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대화의 신비와 힘을 믿는 창작자 김종관 감독의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되었다.

하나의 카페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들고 난다. 카페 안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고 두 사람의 대화가 그 중 한 곳에서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를 오가는 말들 뒤로는 시간과 계절이 흐른다. 모두의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범상한 풍경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내는 일, 바라본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해 이야기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김종관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태도다.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시작으로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아무도 없는 곳>, <조제>등의 작품을 만들어 온 그는 걷고 멈추며 바라보는 일에서 이야기의 탄생을 채집하는 이다. 사소한 것들 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척을 감지하는 일은 감독 김종관이 오랫동안 체득한 시간의 기술로 느껴지는데 이는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라는 제목처럼 각기 다른 이들이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여 마음의 문을 여닫는 시간들이 영화 안에서 펼쳐진다. 낯선 이들 사이에서 친밀함의 기운이 감지되기도 하고 우연한 부딪힘에서 유효한 파편들이 떨어지기도 한다. 모두 말과 말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깃털처럼, 먼지처럼 부유하던 대화의 순간들 로부터 비롯되는 조각들이다. 사소한 기척의 기적을 믿는 일은 너무 다른 타인들이 관계라는 너머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낙관이 되기 마련이다. 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진 영화는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를 마침표 대신 쉼표로 찍는다. 만남과 이별 뒤에 있을 것들, 의심과 호기심의 다음에 있을 것들을 성급하게 예단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부분들을 영화 안으로 불러들여 만든 영화 답게 쉼표의 다음을 보는 이가 써 내려가면 어떨지 묻는 듯 차분하고 다정한 어조의 권유가 여기에 있다. .

또한 네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여덟 명의 주인공들을 둘러 싸고 있는 공간 안과 밖의 인물들이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더욱 풍성하게 물들인다. 스르륵 미끄러지며 화폭에서 색을 섞듯 감정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에피소드의 사이 마다 신비롭게 출몰한다. 마치 말들의 시간이 멈춘 자리에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침묵의 형상들처럼 말이다. 그들이 말 없이 나눈 것들이 <낮과 밤은 서로에게>의 세계 위로 느낌표로 떨어진다. 갑작스럽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떨어지는 느린 빗방울처럼 이야기 위로 이야기가 떨어질 때 서로라는 말이 마법처럼 진동한다. 글과 말이 음악처럼 진동하다 멈춘 곳에는 다음을 향하는 영화의 걸음이 시작되는 또 한 번의 순간이 태동한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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