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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의 문화광장] 기억의 밥
장수명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10.13. 02:00:00
[한라일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소설가 신경숙 선생이 쓴 '엄마를 부탁해' 소설의 첫 구절이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18년.

'너'라는 화자로 시작해, 가족 구성원 각각 너, 그, 당신으로 내세워 엄마를 찾는 이야기는 밀도 있는 전개로 이어져 마지막 성 베드로 성당 피에타상에서 끝끝내 찾지 못한 엄마에 대한 '너'가 외는 탄식의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건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다.

엄마가 왔다.

여든여섯의 노모가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영주에서 내가 사는 제주로 왔다. 들뜨고 설렌 7박 8일의 시간이었다. 엄마는 작년 이맘때 엉덩이뼈를 다쳐서 한동안 거동이 어려웠고, 그 후유증을 오래 겪은 탓에 많이 노쇠해졌다. 그런 엄마가 혼자 제주도에 온 것만으로도 내게는 기적과 다름없는 일이다.

게다가 집 떠난 지 30년도 더 지난 시간에 엄마와 한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며 자다가 깨곤 했는데, 엄마가 안 계신 집이 너무 허전했다.

우리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혀 있던 신경숙 선생의 '엄마를 부탁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 박소녀

생년월일 : 1938년 7월 24일생(만 69세)

용모 : 흰머리가 많이 섞인 짧은 파마머리, 광대뼈가 튀어나옴, 하늘색 셔츠에 흰 재킷, 베이지색 주름치마를 입었음.

잃어버린 장소 : 지하철 서울역

엄마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지 9개월이 된 시점에, 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이탈리아 출장길에 동행해 성 베드로 성당 피에타상 앞에서 돌아가셨을지도 모를 엄마를 상기하고, 엄마라 불리는 모든 존재를 피에타상과 결부시키는 반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작품이었다.

네 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소설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그 정점을 찍어 독자에게 잃어버린 엄마를 아니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낸다.

'어미 됨을 부정당하고도 아들에게 무릎을 내준 여인'(p280) 피에타상 앞에 '엄마를 잊지 말아 달라고, 엄마를 가엾이 여겨달라고 말하고 싶어 여기에 온 것이다.'(p282)며 너는 성당을 빠져나오며 엄마를 잃은 자식의 탄식 어린 갈구를 마침내 내뱉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다.

이처럼 숨이 턱 막히는 문장으로 작가는 속심이 단단한 엄마의 저고리 깃처럼 요란하지 않은 표현으로 엄마를 되살려 놓았다.

우리의 엄마가 기억의 밥을 먹여주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식에게 다 파먹히고도 더 먹여주지 못해 잠 못 드는 것을 알기에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이어갈지 되짚어봐야 하겠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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