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회
"4·3 유족 2세대 치유 사각지대… 개입 시급"
22일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심포지엄 개최
트라우마 세대 간 전이, 침묵·억압 중첩돼 발생
"가족 내 폭력·경제적 어려움·낙인 피해 겪어"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입력 : 2026. 10.22. 16:40:00

22일 개최된 2026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심포지엄에서 고성만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제주4·3을 간접 경험한 유족 2세대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개입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6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심포지엄은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의 새로운 지평-기억에서 공동체 회복까지'를 주제로 22일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고성만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제주4·3사건 2세대 트라우마 세대 간 전이 연구-중간 결과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제주4·3사건 2세대'는 4·3 생존 희생자 및 1세대 유족 등 체험세대의 자녀로, 연대기적으로는 1955년부터 1985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로 정의된다.

고 교수는 "4·3 트라우마의 세대 간 전이는 장기간의 침묵, 사회적 억압, 공동체 내 공포, 불완전한 애도와 명예회복 과정이 중첩된 복합적 현상"이라며 "현행 치유지원 체계는 1세대 유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그림자 피해자'인 2세대 유족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라우마의 세대 간 전이는 체험세대와 같은 생활권에서 일상을 공유, 그들의 삶의 경험과 기억을 접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2일 개최된 2026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심포지엄. 양유리기자

연구에 참여한 유족 2세대 중 일부 부모는 "밥 먹다가도 밥상을 엎"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띠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 교수는 "2세대는 가족을 폭력적인 상황으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공간으로 경험했다"며 "긴장과 불안감 속에 눈치를 보거나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식의 반응을 체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생계와 농업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의 사망이나 행방불명은 가구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이 약화하면서 2세대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보장받는 것에 제약이 있었고, 학업을 이어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더불어 "몇몇 구술자들은 진학이나 공직 생활에서 겪은 실패와 좌절을 조상의 4·3 피해와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했다"며 "오늘날 온·오프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빨갱이' 담론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과거 폭력 경험을 환기하고,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공포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2세대 유족에 대한 지원은 국가폭력 피해의 범위를 실질화하고 파편화된 유족의 정서적 유대를 복원하는 가족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며 "2세대 유족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김석웅 심리건강연구소 소장의 기조강연, 이동기 강원대학교 대학원 평화학과 교수의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또 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정주 전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사회적치유 팀장, 김종곤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가 세션 발표에 참여했다.



■한라일보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