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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흐르는 여정'. [한라일보] 인연은 꽃밭을 닮았다. 가꾸고 돌보는 일을 놓치면 안되는 동시에 자주 들여다 보아야 그 아름다움의 의미를 더 실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한 가지 더,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춘희(김혜옥)는 오랜 인연이었던 남편과 사별한 뒤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다. 그에게는 남편이 남긴 커다란 피아노와 혼자서는 몰 수 없는 차 한대가 있다. 언제든 그리운 이를 떠올리게 만들 묵직한 부피의 실체를 춘희는 그대로 새로운 삶 안으로 옮겨 두려 한다. 그런데 춘희가 꾸려야 할 새로운 생활의 프레임 안으로 남겨진 물건들이 진입하는 일은 예상과는 다른 난관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 민준(저스틴 민)이 춘희 앞에 나타나 춘희의 피아노를 위해 선뜻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다. 그렇게 낯설었던 두 사람은 다시 꽃밭을 만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덧입혀지는 그곳에는 두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닿아 만들어진 향기와 음악이 피어난다.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해도 언제든 떠올릴 수 있을 장면이 태어난다. 김진유 감독의 영화 <흐르는 여정>은 사이와 접점을 확대하듯 바라보는 영화다.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상다반사의 순간들 속에서 영화는 찰나의 교감을 삶 안에서의 유대로 지속하는 데에 어떤 마음과 풍경이 필요한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낯선 이의 친절에 대응하는 자세, 예상치 못한 관심과 호의를 받아 들이는 여백의 태도가 인간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 빈 마음을 두드리듯 내리는 비, 멈춰선 이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 틈 사이로 스며들어 온도를 높이는 빛처럼 고즈넉한 풍경을 유유자적 흐르는 계절은 자연이 준비해 둔 조력의 마법이다. 춘희가 홀로 사는 일에 낯선 사람이라면 민준은 홀로의 삶이 익숙한 사람이다. 이제 막 외로움의 여정을 시작한 춘희와 오랜 시간 홀로의 삶을 지탱해 온 민준, 긴 세월을 살아 온 공간과 언어에 친숙한 춘희와 반대로 그 모두가 낯선 민준은 서로를 알아 보고 마주하고 나란히 걷는 일에 괜한 늑장을 부리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선물 같은 타인의 마음을 귀하게 들여다 보는 일은 <흐르는 여정>이 유일하게 믿고 있는 마법의 주문이다. ![]() 정성을 가꾼 꽃밭이 있었던 자리에는 시간에 새겨진 향기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닮을 수 있는 성심의 순간들이 <흐르는 여정>속에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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