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문수동에서 열린 '돌 자파리 축제'에서 돌로 만든 마을쉼터 '돌쉼팡'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박소정기자 물 맑은 중산간 마을에 문수물·4·3성담 등 흔적 60~70년대 농사만으로 어려워 돌일로 생계 이어 강승찬 어르신 "돌담쌓기 고됐지만 몸에 배어 있어" [한라일보]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문수동.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돌을 깨고 다듬고 나르고 쌓고 있었다. '돌 자파리 축제'가 열린 마을에서 돌로 만든 쉼터 '돌쉼팡'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돌들에 쉼터의 모습이 드러났다. '문수동 쉼터'라고 새긴 돌현판이 세워지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돌챙이(석공을 뜻하는 제주어)들과 마을 주민들, 축제 방문객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마을의 쉼터'였기 때문이다. 축제가 열린 문수동은 '물이 맑은 마을'로 알려진 동명리에 자리한 작은 중산간 마을이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예부터 '돌챙이마을'로 불렸다. 마을의 용천수인 문수물에는 100여 년 전 주민들이 함께 돌을 깨고 다듬어 축조한 흔적이 남아 있다. 4·3 당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담의 일부 구간도 보존돼 있다. 무엇보다 문수동에는 힘세고 솜씨 좋은 돌챙이 일곱 명이 있었다. 제주도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한림성당 종탑 건립에 참여한 양병옥 어르신을 비롯해 돌을 다루던 조창옥·양상규·양홍재·양상전·양홍원·강승찬 어르신이 그들이다. # 옛 돌챙이의 기억 "당시에는 마을마다 보통 한두 명, 많아야 서너 명의 숙련된 돌챙이가 있었어요. 이웃 마을에 비해 문수동에는 솜씨 좋은 돌챙이가 여럿 있었죠. 농사만 지어 살기 어려운 형편이기도 했지만, 마을에 돌 다루는 기술을 익힌 양병옥이라는 실력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림지역뿐 아니라 멀리 모슬포까지 가서 돌 일을 했고, 동네 남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함께 일하러 다녔습니다. 다들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죠." ![]() 문수동에서 활동한 일곱 명의 돌챙이 중 한명인 강승찬 어르신. 박소정기자 형편이 어려웠던 그도 마을 어르신들을 따라 돌 일을 시작했다. 스무 살부터 15년 넘게 돌을 다뤘다. 처음에는 돌을 나르고 들어 올리는 일부터 배웠다. 큰 돌을 쪼개 필요한 크기로 만들고 무거운 돌을 옮기는 일은 고된 노동이었다. 장비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인 만큼 직접 돌을 깨고 들어 올려 쌓아야 했다. 높은 돌담을 쌓을 때는 사다리를 이용해 돌을 하나씩 올렸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하며 돌과 돌이 서로 맞물리도록 쌓는 기술도 몸에 배었다. "초가 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거나 감귤 과수원이 조성되면서 돌담을 쌓고 돌집을 짓는 일이 늘었어요.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고 토지가 척박해 살기 힘들었던 마을에서 돌을 다우는 일('다우다'는 '쌓다'의 제주어)은 동네 남자들에게 중요한 생계 수단 중 하나가 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시멘트블럭 등 새로운 건축 자재가 보급되면서 전통적인 돌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돌챙이들도 하나둘 현장을 떠났고, 그도 돌 일을 내려놓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돌담을 쌓는 방법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돌과 돌끼리 서로 잘 엇갈리게 삼각으로 맞물리도록 쌓아야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며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힘에 부쳐서 못할 뿐, 옛날에 했던 게 몸에 배어 있어 요령은 다 알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돌챙이로 일하며 겪었던 고생이 먼저 떠오르는 그였지만, 동료들과 함께 마을에 돌집을 지었던 기억도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양상규 선생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한 해에 한 채씩 돌집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도 마을에 여섯 채 정도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 '맑은 물이 흐르는 돌챙이마을 문수동'이라는 이름을 새긴 마을 표지석. 박소정기자 ![]() # 그 뒤를 잇는 돌챙이들 문수동의 돌챙이 전통을 잇고 제주의 돌 문화를 알리는 데는 마을에 자리한 제주 돌담학교 '돌빛나예술학교'의 역할도 크다. 조창옥 어르신의 아들이자 돌빛나예술학교장인 조환진(53·제주도 건축시공 명장)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돌챙이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돌빛나예술학교가 마을에서 '돌 자파리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돌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 마을의 역사와 돌챙이의 기억을 통해 돌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가치를 잇기 위한 마음이 깔려있다. 2023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방사탑 축조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제주4·3의 아픔을 기억하는 성담을 재건했다. 지난해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돌챙이마을 문수동'이라는 이름을 새긴 표지석을 세웠고 올해는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쉬어갈 돌쉼팡을 만들었다. 현재 돌담학교에서 주로 활동하는 돌챙이는 조환진 명장을 비롯해 양수영·조맹룡, 김창원, 김천택·최욱 등 6명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돌담쌓기 기술을 이어가는 한편, 축제와 교육을 통해 제주의 돌 문화를 알리고 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