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육지-해안 잇는 생태계 보고… 보호대책 시급"

"곶자왈, 육지-해안 잇는 생태계 보고… 보호대책 시급"
['제주 곶자왈의 역할과 보전방안' 워크숍]
  • 입력 : 2012. 09.11(화) 00:00
  • 이효형 기자 h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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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보석같은 곳

곶자왈은 보석같은 곳

▲니키타 로푸킨 IUCN 세계보호지역위원장이 제주의 곶자왈 워크숍에서 곶자왈 영어 철자(Gotjawal) 중 'a'를 'e'로 바꾸면 보석(Jewel)이 된다며 "곶자왈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극찬했다. /사진=강경민기자

"곶자왈 훼손 시 제주 식물 분포 벨트 끊어질 것" 우려
전문가들 "제주 과거 역사·문화 담겨 있어 가치 더해"
보전지역 지정 위한 경계 설정 등 국가차원 계획 필요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으로 인해 '제주의 허파'라 불리우는 곶자왈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보전지역으로 인정 받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특히 그동안 지질·생태학적에 초점이 맞춰진 곶자왈을 주민들의 삶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10일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고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에서는 각국의 생태 전문가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 곶자왈의 역할과 보전방안' 워크숍이 진행됐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시태 한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자문위원은 곶자왈의 특성과 생태적 기능을 설명했다. 특히 함몰지형태로 용암이 쌓여있어 많은 비가 내려도 지하로 그대로 스며드는 숨골과 미기록 나비 종이 많이 살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몇몇 외국 환경전문가들이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이어 "곶자왈은 육지와 해안을 이어주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곶자왈이 훼손된다면 제주의 식물 분포 벨트가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바탕으로 송 자문위원은 "곶자왈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보호노력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니키타 로푸킨 IUCN 세계보호지역위원장은 곶자왈에 대해 "보전 가치 뿐만 아니라 보호 (보호를 위한)투자 가치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곶자왈 영어 철자(Gotjawal) 중 'a'를 'e'로 바꾸면 보석(Jewel)이 된다며 "곶자왈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극찬했다.

니키타 위원장은 IUCN에서 추진하는 보호구역에 대해 설명했는데 "곶자왈 또한 관심 가질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UCN에서 보호구역 관리 평가 채점표를 소개하며 제주 곶자왈 보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 평가기준에는 '관리 부분'이 있는데 니키타 위원장은 "반드시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그들이 혜택을 봐야한다"며 "곶자왈은 주민 참여가 매우 활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배 한국 IUCN위원장은 니키타 위원장이 바꾼 곶자왈의 영어 철자(GotJewel)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t'를 'd'로 바꾸면 신이 준 보석(God Jewel)이 된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후 서 위원장은 발표 내내 '곶자왈'을 '갓주얼'이라고 표현했다.

서 위원장은 곶자왈의 보호에 앞서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곶자왈의 정의가 모호해 범위가 애매하다"며 "보전해야 할 곶자왈 지역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경계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UCN으로부터 보전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11일로 예정된 IUCN 회원총회 안건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워크숍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들의 발제에 이어 각 분야별로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지질부분 토론을 맡은 전용문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생물권지질공원팀 박사는 "사실 곶자왈이 제주에만 있는 지형은 아니고 미국 등에서도 유사한 지형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곶자왈과의 차이점으로는 보전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전 박사는 "타국의 곶자왈 지역 주민들은 보전 가치를 크게 느끼지 않는데 제주 곶자왈에는 고유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곶자왈이 중요한 이유로는 제주의 과거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어 제주의 가치를 이어가는 배경임을 꼽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지역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곶자왈은 특정 용암류에서만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는데 다양한 용암류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곶자왈의 정의를 명쾌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홍식 제주대교수는 생태 분야에 대해 "곶자왈은 생태적 가치도 높지만 우리의 주거환경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제주인구는 점점 늘어가는데 곶자왈을 보존한다면 탄소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원 제주자치도수자원본부 수자원개발부장은 물 부분에 대해 "곶자왈에 스며들어 만들어지는 지하수 함양량은 전체의 6%인 1억2000만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곶자왈만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곶자왈이 모든 지하수의 원천이라는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말했다시피 곶자왈은 지질·생태학적 부분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새로운 용어를 발굴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새로운 가치 발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방안에 대해 토론에 나선 문영희 곶자왈공유화재단 감사는 '삶' 부분에 집중했다. 문영희 감사는 "곶자왈은 도민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식생은 산나물, 나무는 뗄감으로 쓰였으며 바람과 눈을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목장"이라고 말했다. 일제시대 때는 피난처로 쓰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곶자왈1평사기 운동에 대해서는 "이 운동은 기업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까지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WCC가 주목한 제주해녀, 실질 보존 노력 필요"
토착 원주민 접근 워크숍… "해녀, 제주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삶' 자체"


제주 해녀의 자연 친화적인 생활 문화가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주목 받았다. 또한 이러한 제주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 노력과 무형문화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과제로 제시됐다.

1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에서는 WCC의 공식행사로 '통합적 생태 계획을 통한 토착 원주민들의 지식을 높이 평가하고 사회·양성평등을 위한 접근' 워크숍이 개최됐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과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워크숍에는 세계 각국의 여성지도자들과 전직 외교관, 생태 분야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미첼 바첼레트 세계연합(UN) 사무처장은 개회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유엔 여성(UN Women)은 제주 여성들의 관심사를 조명하기 위한 노력을 치하한다"며 "제주 도정에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때"라고 전했다.

▲이날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에서 제주관광대학교 학생들이 제주해녀 복장을 하고 워크숍 관계자 등에게 행사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홍경자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 환경도시생태분과위원은 50년의 해녀 물질 경력을 바탕으로 해녀의 삶에 대해 소개했다. 해녀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주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것"이라며 "바다를 끼고 잇는 제주토착 주민의 삶 그 자체가 자연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바다는 황폐해져 해산물 채취가 어려워졌다"며 "자연환경이 보존돼야만 해녀의 일도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연숙 전 국회의원은 '전통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방향' 발표를 통해 "제주의 전통은 점차 희석되어가고 있다"며 "제주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정부는 고유한 전통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표준과 규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전수자를 양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분야든지 간에 전통 계승은 어렵고 외로운 일"이라며 "전승 작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는 제도를 만들고 지방정부에서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부분에 대해서는 "고유한 전통을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아는 문화 전통 소비자의 교양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전 주민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많은 관광객이 제주에 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들의 문화에 섞여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가 변질되는 것은 안된다"고 경계했다.

특히 "유형문화재를 지켜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인간문화재의 경우는 그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을 주지 못한다면 사라지기 쉽다"며 "제주의 무형 문화재의 전승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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