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 기득권 논리로 풀어선 안돼"

"제주비엔날레 기득권 논리로 풀어선 안돼"
'제주 미술 30년' 4·3미술제 좌담회서 비엔날레 전망 엇갈려
"제주 미술계 관심 저조… 지역문화 키운다며 이용만 해서야"
  • 입력 : 2017. 04.29(토) 23:2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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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술계, 지난 30년을 돌아보다'를 주제로 마주앉은 자리였지만 지금, 여기가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1995년 제주프레비엔날레의 기억은 2017년 9월 개막하는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이어졌다.

29일 오후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아트스페이스·씨. 제24회 4·3미술제 부대행사로 세 차례 마련된 좌담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미술협회 강민석 회장과 탐라미술인협회 김수범 회장의 대담이 펼쳐졌다.

이번 4·3미술제 예술감독을 맡은 양은희씨가 진행한 이날 좌담회는 지역 미술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의 수장이 만나 제주 미술의 현실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1955년 창립한 제주미술가회에서 출발한 오랜 전통의 제주미협과 1993년 탄생한 탐미협은 제주프레비엔날레 개최, 제주도립미술관 건립 사업 등 그간 제주 미술계 이슈를 둘러싸고 대립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온 단체지만 이날은 급변하는 미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존립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협력'을 이야기했다.

김수범 회장은 "제주 미술 30년을 돌아보면 비엔날레로 시작해서 비엔날레로 끝나지 않을까 한다"며 "만일 제주프레비엔날레의 결과가 좋았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주비엔날레가 잘돼야 하고 긍정적 효과를 거두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면서도 "홍보 부족 탓인지 모르지만 지역 미술계의 참여가 저조하고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민석 회장은 "대형마트가 생길 때 제주 자본을 외부로 유출한다는 비난이 일었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며 "지역문화 콘텐츠를 키운다는 행사들이 오히려 지역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지 못한 채 그걸 이용만 하고 밖으로 가져가버리는 경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송맹석 전 탐미협 회장은 제주비엔날레를 두고 "일부 미술관 인력 등 기득권의 논리로 추진하는 게 아닌가"라며 "밑바닥부터 절차를 밟아간 게 아니라 제주프레비엔날레가 그랬듯 한방에 풀려는 것 같다"고 일방통행식 준비 과정을 거론했다. 송 전 회장은 특히 "그동안 제주 미술인들의 입장 표명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두 단체장이 만났으니 서로 협력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관련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좌담회에서 "제주 작가들이 제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안을 심도있게 들여다보고 작품으로 풀어내기 전에 감각 좋은 작가들이 이슈를 훑고 가버린다는 식의 우려하는 부분은 인정한다"며 "제주 작가들의 장점을 제주비엔날레에 어떻게 녹여내고 제주 미술계와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제주비엔날레가 제주 미술인들의 필요에 의해 출발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하게 만들지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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