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제주출신 강준 장편소설 '사우다드'

[책세상]제주출신 강준 장편소설 '사우다드'
동북아고대사 전문가의 죽음
  • 입력 : 2017. 06.2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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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조각 행방은 어디에…
"과거사부터 제대로 인지해야"


소설의 첫 장은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황사주의보가 내려진 어느 날, 김주현 교수의 연구실에 복면을 쓴 괴한이 들이닥친다. 김 교수는 동북아고대사 전문가였다. 현장에는 야쿠자 한 명이 총을 맞고 쓰러져있고 탄피에는 중국 간자체가 쓰여져있다. 오정운 검사는 이 총기 사건이 한국, 중국, 일본이 얽힌 국제적 사건임을 감지한다.

'폭풍의 바다'로 대표되는 희곡으로 잘 알려진 제주 작가 강용준씨. 최근 희곡이 아닌 소설 작업으로 새로운 글밭을 일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강준이란 필명으로 신작 장편 '사우다드'를 내놨다.

'사우다드'는 포르투칼어로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란 뜻을 지녔다. 작가에게 그 대상은 역사다. 과거 역사를 제대로 인지해야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붙여진 제목이다.

작가가 그려낸 우리 역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한사군이나 평양성의 위치는 물론 광개토태왕비에 대한 해석마저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그는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돌아본다.

그가 몇 년 전 중국에 갔을 때 목격한 광개토태왕릉의 모습이 소설의 발단이 됐다. 내부를 채우고 있던 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기단 주변에 뒹굴고 있는데도 방치된 채 관광객들에게 공개되는 현실이 의아했다는 것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22년간 정복했던 광개토태왕 아닌가. 작가는 삼국 이전의 역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중국과 일본의 이해 관계에 의해 역사 왜곡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고대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소설은 광개토태왕릉이 다른 곳에 비밀리에 존재한다는 가설 아래 부여, 고구려, 백제의 문화가 일본의 건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고 있다. 밀반입된 고구려 벽화 조각의 행방을 쫓으면서 식민사관의 실체와 비열한 인간의 야욕을 고발한다.

주인공 김주현 교수는 광개토태왕릉에서 도굴된 벽화 조각이 국내에 밀반입된 사실을 알게 된다. 삼국의 역사를 밝히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여긴 김 교수는 동향 출신인 오정운 검사에게 그것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 검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생각해 그 말을 무시해버린다. 김교수의 제자인 역사저널사의 고유심 기자와 오 검사가 사건 해결에 뛰어들면서 그 진상이 드러나는 듯 했으나 상부에서는 이를 단순 살인사건으로 처리하라는 압력을 넣는다.

소설은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절망으로 이끌지도 않는다. 촛불집회에 모인 구름 인파들이 '고구려 벽화 특검'을 요구하는 장면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소설은 단재 신채호의 말을 맨 마지막에 담았다. 문학나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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