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업화시기 이주민 차별 향우회로 대응"

"제주 산업화시기 이주민 차별 향우회로 대응"
제주학회 '제주 이주의 역사와 문화' 주제 학술대회
염미경 교수 "1960년대 제주는 호남인에게 기회의 땅"
  • 입력 : 2017. 06.23(금) 22:2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집중거주지 사멸 뒤 등장한 향우회 새로운 생존전략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은 2010년 전후 처음 나타난 게 아니다. 이미 제주지역은 1960년대 인구 증가를 경험했다.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농이 이루어지던 1960년대 제주는 정부 주도의 관광개발과 감귤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농촌근대화 열풍이 불었다.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호남의 농어촌,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에게 제주는 서울, 부산 등과 함께 꿈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땅'이었다.

23일 사단법인 제주학회(회장 윤용택)와 오영훈(제주시 을) 국회의원 주최로 제주대에서 열린 '제주 이주의 역사와 문화' 주제 학술대회. 발제를 맡은 염미경 제주대 교수는 산업화시기 제주이주민들에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화시기 제주이주민: 지역정착과 사회연결망' 발표문에서 염 교수는 1960년대부터 1990년에 이르는 제주의 출생지별 인구구조를 보면 제주 이외 지역에서 출생한 제주지역민의 출생지 분포에서 광주·전남 지역 출신이 가장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1970년과 1980년에는 광주·전남 지역 출신이 40%를 넘었다.

호남 출신자들의 제주 이주 동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출신지역에서 갖고 있던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결망을 통해 섬 지역인 제주로 이주했는데 정착 초기에 특정 지역에 밀집해 거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날품일터가 끊이질 않았던 제주항 주변 제주시 건입동, 감귤산업 성장에 따른 서귀포시 동홍동과 주변 일대가 집중거주지였다.

이같은 집중거주지는 호남사람들의 삶의 여건 변화와 지역 개발로 인해 해체·사멸되는 과정을 겪었고 이후 집단적 결집체로 향우회가 등장한다. 염 교수는 "산업화시기 제주에 와 하층민으로서 생활하며 차별받은 경험을 갖고 이를 공유하고 있는 호남인 이주 1세대들은 사적인 관계 속에 영위된 자신들의 공동체를 양성화시킨 형태로 향우회를 결성했다"며 "이들의 집단적 결집과 지역집단화 그리고 사회·정치적 세력화는 그들의 생존 그 자체였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원말명초 몽골족 제주이주 연구(오영주) ▷여말선초 제주 입도조 연구(홍기표) ▷한국전쟁기 제주 피난과 이주, 그리고 정착(김아람) ▷2000년대 이후 문화이주 연구를 위한 새로운 관점(김동현) ▷외국 이주민의 정착과 전망(황석규) ▷제주 이주민의 역사와 현재적 지점(정은희)에 대한 발표가 함께 이루어졌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07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