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26) 제주시 애월읍 '신의 한모'

[당찬 맛집을 찾아서](126) 제주시 애월읍 '신의 한모'
일본식 순두부 오보로도후 매력 속으로
  • 입력 : 2017. 07.14(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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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 3명 일본서 직접 제조기술 배워
덮밥·구이·튀김 등 두부 이용 갖가지 요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詩) '풀꽃'을 보면 두부가 떠오른다. 다른 음식에 비해 돋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밥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먹으면 먹을 수 록 그 매력을 알게 되는 부분 때문이다. 또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 때 위화감 없이 부드럽게 속을 어루만져 준다는 것도.

왼쪽부터 신의 한모 공동대표인 김태윤, 이계훈, 문근찬 사장. 사진=신의 한모 제공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위치한 '신(神)의 한모'는 덮밥, 국수, 튀김, 구이 등 두부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내다보며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장소다. 신의 한모는 지난 2015년 오픈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연은 깊다.

평소 두부에 관심이 있던 이계훈(47)씨가 일본식 순두부 '오보로도후'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동업자인 문근찬(41)씨, 그리고 막역한 동생인 김태윤(41)씨를 설득, 일본 센다이로 '두부 유학'을 떠났다. 이후 이들 3명은 고단하고 힘든 시간을 거쳐 오보로도후의 제조 기술과 그 맛을 그대로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두부 전문가가 된 이들은 현재 자리에 두부 공장과 레스토랑을 세우로 했다. 두부에서 중요한 것은 물과 콩인데, 좋은 콩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물은 물이 좋은 곳에 공장을 짓지 않고서는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태윤 사장은 "6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해 레스토랑 인테리어와 두부 생산 시설을 완비했다"며 "두부 한 모, 한 모 열심히 만들다 보면 언젠가 신이 만든 것 같은 맛있는 두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담아 가게 이름을 '신의 한모'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두가 길어 본격적인 음식 소개를 해야겠다. 메뉴는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주문한 콩국수와 주인장이 추천한 오보로도후 튀김, 한치게장 두부덮밥, 우도땅콩두부다.

우선 콩국수는 직접 만든 콩국물에 오보로도후, 메밀면, 오이, 깨 등이 담겨 있었다. 면 한 젓가락, 국물 한 숟가락을 연이어 입으로 넣어 봤다. 국물에서 자아내는 깊은 고소함에 퍽퍽하지도 질기지도 않은 부드러운 면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면이 입에서 사라질 때쯤 오보로도후를 곁들이면 아직 입 안에 남아 있는 고소함을 깨끗이 씻어주면서, 손이 저절로 다시 면을 집게 만들어 줬다. 오이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콩국수에 상큼한 식감을 불어넣었다.

다음은 오보로도후 튀김. 예전에 아이스크림 튀김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아이스크림 튀김은 다소 기름지고, 단 맛이 강해 한 입 먹고 나면 다시 먹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오보로도후 튀김은 튀김옷의 느끼함을 담백하고 부드러운 오보로도후가 잘 잡아줘 과하지 않은 느낌이다. 거기에 간장소스가 혹시 싱거울 수 있는 맛을 잘 보완해줬다.

한치게장 두부덮밥과 우도땅콩두부는 제주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이색적인 맛을 선사했다.

특히 땅콩두부는 푸딩같이 생겼는데, 살짝 떼어내 맛을 보니 땅콩잼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밀도 높은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후식으로 제격인 메뉴라고 생각 됐다.

신의 한모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문의=064-712-9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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