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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논술학교
[2017 JDC와함께하는 톡톡튀는논술학교](4)평가형(비판·옹호형/기준 제시 평가형) 논제의 실제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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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가)의 관점을 바탕으로 (나), (다), (라)에 나타난 상황을 비판하시오(600자 내외)

(가) 천하 만물 중에 지켜야 할 것은 오직 '나'뿐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밭을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집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동산의 꽃나무와 과실나무들을 뽑아갈 수 있겠는가? 나무뿌리는 땅 속 깊이 박혀 있다. 내 책을 훔쳐 가서 없애 버릴 수 있겠는가? 성현의 경전은 세상에 퍼져 물과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내 옷과 양식을 도둑질하여 나를 궁색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천하의 실이 모두 내 옷이 될 수 있고, 천하의 곡식이 모두 내 양식이 될 수 있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들 하나둘에 불과할 터,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다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천하 만물 중에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유독 이 '나'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출입이 무상하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지만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앙으로 겁을 주면 떠나가며, 질탕한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고, 미인의 예쁜 얼굴과 요염한 자태만 보아도 떠나간다. 그런데 한번 떠나가면 돌아올 줄 물라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천하 만물 중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는 '나'보다 더한 것이 없다.



(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 낄낄대면서 /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 주저앉는다.



(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 일곱째 칸이다. 럭키 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웃방이 즉, 내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아내가 외출만 하면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이비치는 햇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춰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쪼꼬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휴지)를 끄실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첨에 모아 가지고 고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르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칠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라) 우리가 세상의 문제를 둘러보며 그것이 없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해도, 문제는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러면 우리는 결국 일종의 도덕적 환상에 빠져든다. 우리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거나, 악이 영원히 승리했기 때문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선한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 세상의 문제들은 실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며 자기만족적으로 자신을 달랬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지역사회는 파탄이 나고, 폭력이 만연하고, 가족이 해체되고, 자연은 사라져 가는데도 우리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삶을 지속해나간다. 우리는 바깥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자동 조종되는 일상의 패턴 속에 매몰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속삭이는 소리처럼 언제나 우리 마음 저 뒤편에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정치인들은 부패했고, 기업들은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고, 심지어 민주적 선거과정도 의심을 받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이, 모든 사람이 판매되는 듯 보인다.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진정으로 믿을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고 느낀다. 이런 부정적인 믿음이 널리 퍼지면, 우리는 외부세계에 관여하기를 그만두고 자신의 삶으로만 숨어들게 된다. 우리가 외면했기 때문에, 사회가 그 어떤 명확한 목표나 도덕적 의식 없이 알 수 없는 미래로 치달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 해설/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문지환


문지환

1. 제시문 출전과 해설

(가) 정약용, 고등학교 국어Ⅰ 『'나'를 지키는 집』, 창비, 20 14.

(나)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 지성사, 1983.

(다) 이상, 고등학교 국어Ⅰ『날개』, 천재, 2014.

(라) 엘리스존스 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 동녘, 2012.



제시문 (가)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포함된 정약용의 「'나'를 지키는 집」이라는 글에서 발췌하였다. 이 글에서는 '나'를 지키는 삶의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나', 즉 '나'를 '나'이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으며, 세속의 이익과 권력, 명예 등의 유혹에 '나'는 쉽게 흔들릴 수 있기에, 이러한 현실적 위협과 욕망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참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제시문 (나)는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이다. 이 시는 군부 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유를 꿈꾸지만, 결국 저항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포함된 이상의 「날개」에서 발췌하였다. 이 소설은 매춘부인 아내와 같이 사는 무기력한 '나'를 통해 자아 분열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해당 지문에서는 '나'가 아내의 방에서 아내의 것들을 통해 쾌락을 얻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으로 아내에 종속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엘리스 존스(Alice Jones) 등이 지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에서 발췌한 글로서 세상의 다양한 문제에는 무관심하면서 자신의 삶으로 도피하는 세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명확한 목표나 도덕적 의식이 결여된 사회의 상황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타자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경험한 개인들이 사회적 문제에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현실을 도피하여 고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2. 출제 의도, 채점 기준, 예시 답안

1) 출제 의도

이 문제는 제시문 (가)의 내용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시문 (나)~(라)에 보이는 다양한 상황을 비판하는 문제로, 이를 통해 인간의 주체성 및 '나'를 지키는 삶의 태도의 의미를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탐색하고 성찰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의 관점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가)에서는 세속의 이익이나 권력, 명예 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를 살펴보면, (나)의 시적 화자는 자유를 원하지만, 자유를 억압하는 세상에 저항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다)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비판이 가능한 글이다. (다)글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닌 아내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해가 들지 않는 방에 사는 것에도 아무런 불평이 없고, 아내의 물건들을 통해 쾌락을 느낀다.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욕망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 이는 주인공의 완전히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라)에 나타난 모습은 외부세계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일상의 패턴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모습이다. 진정으로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고 믿는 것은 (가)에서 이야기하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삶'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립되고 자기만족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면에서 (가)의 관점에 따라 비판할 수 있다.



2) 채점 기준

① 기술적(記述的) 측면 ? 감점 방식으로 채점

- 글자 수(600자 내외)를 현저히 위반했을 경우 (±60자 이상 2점 감점)

-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최대 3점 감점)

- 답안 작성 시 제시문을 한 문장 이상 그대로 옮겨 쓸 경우 (최대 5점 감점)



② 내용적 측면

- 25점 : (가)의 관점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나)~(라)를 올바른 관점에서 비판한 답안.

(가) - '나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 욕망이나 위협에 휩쓸리지 않는 주체적 삶이라는 것을 파악한 경우.

(나) -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위해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한 경우.

(다) - 주인공이 타인에 얽매어 살아간다는 점을 비판한 경우.

(라) - 일상적인 패턴에 매몰되어 고립된 삶의 모습을 비판한 경우.

- 20점 : 제시문 (가)의 관점은 제대로 파악하였으나, (나)~(라) 중에서 두 가지만 제대로 비판한 경우.

- 15점 : 제시문 (가)의 관점은 제대로 파악하였으나, (나)~(라) 중에서 한 가지만 제대로 비판한 경우.

- 10점 : 제시문 (가)의 관점은 제대로 파악하였으나, (나)~(라) 중에서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경우.

- 5점 : 제시문 (가)의 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으며, (나)~(라)에 대한 비판 역시 실패한 경우.



3) 예시 답안

(가)에서는 주체적 자아인 '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나'의 본질적 요소를 놓치지 않고 실적 위협이나 욕망에 휩쓸리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화자는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주저앉는 모습을 통해 현실에 굴복하고 만다. 이는 자신이 진정으로 욕망하는 '자유'를 위해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가)에서 이야기하는 현실의 위협에 굴복한 모습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다)의 주인공은 '자아'를 제대로 찾지 못한 인물로 보인다. 욕망도 없어 보이고 불만도 없어 보인다. 아내의 물건들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모습은 아내에게 종속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체적 삶을 강조한 (가)의 관점에 의해 비판받을 수 있다.

(라)에서는 부정한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일상의 패턴 속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이는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외부세계와 단절된 자기만족적이고 고립적인 태도로 (가)의 관점에 의해 비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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