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기성 가수요 몰린 주택시장 정상 아니다

[사설]투기성 가수요 몰린 주택시장 정상 아니다
  • 입력 : 2017. 07.25(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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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주택시장에 좋지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집 없는 서민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주택시장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어서다. 읍면 등 외곽지 공동주택은 미분양이 쌓이고 있으나 도심지 브랜드 아파트에는 대거 몰리면서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도내 재건축 아파트 2호인 '해모로 루엔'의 1순위 청약에서 특별공급분(16가구)을 제외한 39가구 모집에 3245명(기타지역 포함)이 접수, 83.2 대 1의 평균경쟁률로 마감됐다. 헤모루 루엔의 공급가격은 3.3㎡당 1780만원대로 도내서 가장 높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시장이 이상과열 양상을 보였던 예전과 달리 올들어 도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읍면 등 외곽지에서 공급한 타운하우스 등 미분양은 심각한 상황이다. 6월말 기준 도내 미분양주택은 971가구로 주인을 못찾은 주택이 넘쳐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414가구로 전달보다 120가구나 늘었다. 실제 지난 6월 제주시 도두동에서 공급한 63가구 주상복합주택은 1, 2순위 청약에서 3명만 접수했고, 구좌읍의 한 아파트는 38가구 모집에 1명만 청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5월 서귀포시 화순에서 공급한 47가구 아파트 역시 1, 2순위 청약에 7명만 접수하는 등 읍면지역은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분명 도내 주택시장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도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무주택가구는 10가구중 4가구가 넘는다. 그럼에도 외곽지에선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면서 난리다. 반면 도심지에선 고분양가 논란에도 서로 분양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투기성 가수요자들이 가세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민간택지의 경우 전매제한이 없기 때문에 청약 당첨후 분양권을 전매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재건축 1호인 제주시 도남동 '해모로 리치힐'도 일반분양권이 벌써 절반 가까이 전매됐다. 그래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투기세력이 판치는 한 집 없는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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