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론]농가부채 문제의 해법은?

[한라시론]농가부채 문제의 해법은?
  • 입력 : 2017. 07.27(목) 00:00
  • 문한근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최근 제주지역 농가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구당 농가부채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어나 지난해 말 전국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 6천 4백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농가의 자산 규모가 부채의 열 배를 초과하고 있고 아직은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금리도 낮아 상환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농가 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인구고령화, 시장개방 및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의 농업경영 환경도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제주지역 농가부채 문제 해결의 열쇠는 부채규모 자체보다는 농가의 소득구조를 개선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농가의 자산(토지)이 부채의 열 배가 넘는다 한들 유사시 삶의 근본인 토지를 팔아 부채를 상환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농가 소득의 흐름이 부채상환을 위해 적정한 수준인가 그리고 소득의 구성이 바람직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농가소득을 들여다보니 소득의 대부분이 "농업외소득"(사업외소득, 이전소득, 겸업소득)이며 농업을 경영함으로써 얻는 "농업소득"은 전체 농가소득의 20%에 불과했다.

농가의 소득이 농업외소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타 도지역의 경우에도 사업외소득과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이나 제주지역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제주지역의 농가들은 농한기를 이용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근로소득을 제공받기도 하고 금융기관에 넣어둔 예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소득을 받기도 한다. 또한 각종 연금 또는 농업관련 보조금을 수령함으로써 이전소득이 발생하기도 한다.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적잖은 부수입이다. 그러나 정작 본업인 농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소득은 농가소득의 5분의 1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농가소득 구조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고착화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오래 전부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경작해 오는 과정에서 특별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한 농업 자체로부터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제주지역 농가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패기로 혁신을 이루어 나갈 젊은이들이 농촌지역에 남아 있지 않다 보니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한편 2012년 한·미 FTA, 2015년 한·중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감귤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을 양허제외 품목으로 지정해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감귤은 중국산 감귤, 미국산 오렌지 등 외국산 과일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으나 이러한 보호조치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제주 농업을 고부가가치화 하고 대외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농가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제주의 농업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는 블루오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시 아라동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정씨는 대학졸업 후 육지에서의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이 경작하던 밭에 십여년 전부터 키위 농사를 시작해 휴식년제 농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킴으로써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대폭 늘려 상당한 수준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만류하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 농업에서 이러한 도전과 성공의 사례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아지기를 바란다.

<문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9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