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여년 전 하멜의 친구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360여년 전 하멜의 친구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신도2리 해안에 '하멜 일행 난파 희생자 위령비'
십시일반 성금으로 건립… "표착지 규명 단초로"
  • 입력 : 2017. 08.16(수) 18:0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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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부르면 대답할 듯 예 있노라/ 그대들 넋/ 아직도 위로 못해 가슴 아파 했노라/ 이제는 편히 잠들어/ 그대들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 영원한 꼬레아의 우정으로 꽃피워 가리니/ 역사는 기억하노니/ 화란(和蘭)의 친구들이여, 영원히 편히 잠드시라/ 여기 제주에서'(채바다의 '이 땅에 떠도는 영혼들이여' 중에서).

16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도구리알 해안. 눈앞에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그곳에서 신도2리마을회, 신도2리향민회, 네덜란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고대해양탐험문화연구소 부설 하멜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하멜일행 난파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옛 기록을 보면 1653년 8월 16일 이방인들이 타고 있던 배 한척이 차귀진 밑 대야수 연변에 표착한다. 무역품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배로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탑승했던 스페르웨르호다.

이번 위령비 제막은 신도2리향민회 등 민간에서 주축이 돼 당시 배가 난파되며 생명을 잃은 외국의 젊은 넋들을 기리고 표착지점 규명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 해안에 표착할 때 64명 중 28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십시일반 성금으로 제작해 세워진 위령비 하단엔 "늦게나마 구천을 떠도는 28명의 원혼들을 위령한다"는 글귀가 담겼다. 빗돌 한켠엔 360여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며 시인인 채바다 하멜기념사업회장이 쓴 시가 새겨졌다.

유럽에 조선을 알린 계기가 된 '하멜보고서'를 썼던 하멜은 제주에 표류한 외국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하멜 일행이 조선에 머문 기간은 약 10개월간의 제주 생활을 포함 3년 6개월에 달한다. 조선 땅을 밟는 계기가 된 제주엔 일찍이 하멜기념비와 하멜상선전시관이 조성됐지만 그곳이 표착지가 맞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주최측은 이날 "그동안 향민회 등에서 제주도에 수차례 하멜 표착지를 바로잡아 달라는 의견을 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오늘 위령비 건립이 표착지 규명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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