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론]주거환경은 변모하는가 창출돼야 하는가

[한라시론]주거환경은 변모하는가 창출돼야 하는가
  • 입력 : 2017. 08.17(목) 00:00
  • 김성서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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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육지에서 온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면 공항을 벗어나 제주시내로 들어서면서 하는 말들이 비슷하다. 다들 말하는 지역명은 다르지만 제주시가 어디 중소도시와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무언가 제주는 동네 어귀조차도 관광지로서의 색다름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러한 색다름을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말투로 제주시에 위치한 우리 동네는 육지 어느 중소도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할 것인데 왜 제주로 오는 사람은 주거 모습까지 특별함을 원할까 생각해보면 제주에 그만큼의 높은 기대감과 좋은 감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확연한 지역적 인문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육지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도 든다. 강하게 불어오는 제주의 바람과 유네스코 지질공원까지 등재되기도 한 특별한 현무암질 지반, 한라산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평탄한 지형, 해양성기후,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 등 제주의 특별함이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는 왜 다른 지역과 같은 겉모습의 도시를 가져야 했을까.

그 배경에는 주거 근대화의 물결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주거환경의 보편성은 급격한 경제개발계획과 근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 전 국토에서 일어난 변화의 물결이었다. 이러한 근대주의적 변화는 기능적이고 경제적이며 새로운 기술이라는 가치 아래 모든 지역에 양산된 근대건축이 들어섰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주거환경은 보편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질적 양적 성장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 주거의 지역 특색을 가져가 버리기도 했다.

제주도 또한 이러한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1970년대 새마을운동 및 관광개발을 발판으로 급격히 근대화돼 갔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으로 제주도 또한 서서히 지역적 특성이 사라졌다. 그러한 기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어찌 보면 이러한 흐름은 아무런 문제를 들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까?

다른 지역은 몰라도 제주도에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여전히 관광이다. 관광객은 제주도만의 특별함과 특색을 찾아온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속해서 주거지가 늘어나고 있다. 건축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연의 파괴 위에 건물을 올린다는 점에서 결국 관광자원인 자연과 맞바꾸는 교환행위인데 이러한 교환이 다른 가치와의 비교도 중요하지만 과연 관광자원으로서의 동등한 가치교환 거리가 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특색 없이 제주를 뒤덮는 주거환경은 다른 지방도시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함을 가져올 것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주거지를 보면 제주도만의 특색이 보이는가.

요즘은 시대적 인식 또한 다름을 가치로 여기는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는 제주도만이 가질 수 있는 다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건축은 한번 건설하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주거가 형성될 모습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지역성과 정체성를 살리던지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특색을 가져야 한다.

자연을 보호하고 교통 문제 등 많은 요소를 신경 써야 하겠지만 거기에 더해 제주도 만의 주거적 특색도 신경 써야 한다. 한번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특색은 전통 주거의 자연스러운 변모를 통해 가질 것인지 아니면 새로이 창출해낼 것인지를 말이다.

<김성서 카페 화가의 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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