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설프기 짝이 없는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사설]어설프기 짝이 없는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 입력 : 2017. 10.13(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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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했던 계획이 초라해졌다. 용두사미가 따로 없다. 국가 주도로 진행된 민군복합항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조성사업이 바로 그런 꼴이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배정된 국비마저 집행하지 못했다. '지역발전사업'으로 추진한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조성사업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강정마을 지역발전사업 가운데 하나인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조성사업에는 국비와 민자 64억원씩 총 12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크루즈 관광테마거리에는 9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8888㎡)을 비롯 걷고 싶은 거리, 지역특산물 등 쇼핑 스트리트, 이벤트 홀, 녹지광장(6943㎡)이 조성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완공된 크루즈 관광테마거리에 실제 투입된 사업비는 국비 37억원이 전부다. 그러니까 128억원짜리 사업이 37억원짜리 사업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사업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업대상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민간투자가 무산되자 지난해 3월 사업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대형버스 23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과 휴식공간, 화장실 등을 갖추는데 그쳤다. 걷고 싶은 거리와 지역특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사업부지가 당초 민군복합항 앞 도로 인근 토지 1만5831㎡ 규모에서 항만 내 4461㎡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결국 미처 쓰지 못한 국비 22억원까지 반납했다. 사업부지가 3분의 1 규모로 크게 줄면서 크루즈 관광테마거리가 지역발전사업이라는 당초 취지를 사실상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크루즈'를 내세운 관광테마거리라면서 고작 대형버스 23대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 정도의 주차장으로 크루즈 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림도 없을 것이다. 특히 '관광테마'로 삼으면서 정작 중요한 지역특산물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공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주민소득과 연계시킬 수 있는 핵심시설까지 아예 없애버렸다. 이러고도 크루즈 관광테마거리를 지역발전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하나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추진하지 아니함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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