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교향시 '삼성혈'에 부쳐

[홍정호의 문화광장] 교향시 '삼성혈'에 부쳐
  • 입력 : 2018. 01.16(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나는 제주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2017년 대한민국 관악 작곡 콩쿠르에서 교향시 '삼성혈'로 금상을 수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내린 제주작곡가로서의 각오와 정체성이다. 교향시 '삼성혈'의 이면을 풀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가 '허영심'에서 출발했다. 우리에게 '동물농장'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가 '순전한 이기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 '허영심', '자기중심 욕구'에서 출발하고 있다. 예술가로서 충분히 공감하며 "나 역시 그러하다"라고 동의한다.

두 번째는 2012년 개봉했던 영화 아이언 스카이(Iron Sky-티오 부오렌솔라 감독)이다. 나치가 2차 대전 후 달에 기지를 세워 2108년 지구를 침공한다는 전체적으로 과장된 B급 영화의 정치 풍자극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1980년 활동을 시작한 슬로베니아의 전위음악 그룹인 라이바흐(Laibach)가 음악을 맡았다. 라이바흐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의 독일식 이름이다. 지금은 7개의 나라로 나누어진 유고슬라비아 연방 시절에 탄생한 음악그룹이다. 전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무대의상과 과장된 패러디로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서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종교와 민족의 갈등으로 인종청소로 대변되는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정치 상황을 최후까지 과장에 과장으로 저항했다. 겉은 가벼우나 깊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교향시 '삼성혈'은 정신적으로는 탐라주의이며 내용적으로는 바흐와 구스타프 홀스트이다. 고을라를 상징하는 주제 바탕에는 홀스트의 관현악 색채가 묻어 있으며, 오돌또기의 변주는 바흐의 대위법적인 양식에서 가져왔다.

세 번째는 꿈이다. 그들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故 윤다래 양과 임성철 선생님, 최광석 선생님, 그리고 이선문 선생님의 꿈이다. 이 꿈의 시작은 길버트 소령이다. "이 섬에서 19개월간 이 전쟁의 불운아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간의 노력, 희생, 교묘함 속에 담겨있는 많은 교훈들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많은 젊은이들을 위해 희망의 상징을 뒤로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느낀다. 그들은 밴드라는 매개물을 통해, 한국의 민요 아리랑의 열정과 영원한 미국으로 이르는, 그들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Charles E. Gilbert (1912-1998)

그리고 한 분을 더 찾고 싶다. 음악의 힘을 믿고 1980년 영진육아원에 관악기 일체를 기증해주신 일본인 기증자를 찾고 싶다. 그리고 당신이 베풀어준 친절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교향시 '삼성혈'은 꿈과 친절의 결과이다. 근접하게는 한라윈드앙상블 지휘자인 김우신 선생님과 도립 제주교향악단의 허성훈 선생님이다. 작품성 위주의 대편성인 심포닉 밴드와 접근성이 좋은 콘서트 밴드 편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단호하게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고뇌하라고 조언해 주셨으며, 관현악법으로 고민할 때 친절함으로 명쾌한 해답을 주셨던 분이다. 한국관악협회 고문 박창표 선생님을 비롯한 원로 선생님과 제주관악 선배님들이 베풀어준 친절에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이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길버트의 꿈이며 일본인 악기 기증자의 꿈이다. 그리고 제주관악의 꿈이다. 2018 무술년 나의 꿈은 '대한민국을 넘어서'이다. 물론 여러분과 함께이다.

<홍정호 한국관악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59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