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4·3 의미 정립하는 데 교육계가 노력해야"

강우일 주교 "4·3 의미 정립하는 데 교육계가 노력해야"
23일 제주도교육청 직장교육서 특별강연
'4·3의 통합적 의미를 찾아서' 주제 강연
  • 입력 : 2018. 03.23(금) 21:51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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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2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서 '4·3의 통합적 의미를 찾아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4·3 희생자들은 인간의 존엄함과 평등, 생명의 가치를 더 빛내고 드러내기 위해 한 발자국을 더 크게 내딛는 순교적 행렬의 일원입니다. 4·3에 대한 이해와 의미 정립을 제주 교육계가 정확히 해주고 아이들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역량을 갖추는 데에 교육계에 있는 분들이 노력하고 도움을 주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4·3 70주년 특별강연에 나선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당부의 말이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제주교육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3월 직장교육에서 '4·3의 통합적 의미를 찾아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통합적으로 바라보면 4·3은 한 시대의 우발적, 돌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억압하는 사회악과 불의로부터 해방을 염원하는 민중의 역사적 염원과 에너지가 축적돼 터져 나온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근접한 곳에 있는'홀로코스트 뮤지엄'을 방문하고서 4.3과 유사한 점을 느꼈다"며 말문을 연 강 주교는 "그 곳을 인권과 존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부러웠다. 그 곳을 관람하면서 4·3 유족들이 겪은 고통과 한(恨), 4·3을 밖의 시선으로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4·3사건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4·3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망원렌즈를 줄이고 역사를 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70주년 4·3을 성찰하며 4·3을 현대사의 귀퉁이에서 일어난 일시적 비극으로 보고, 비극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고 사회적 책임을 규명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4·3의 역사적 의미를 소화하는데 부족하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4·3 이전 역사를 바라보며 성찰해야 한다"면서 조선 왕조와 동학 농민 혁명, 일제 강점기, 3.1 운동, 2차 세계대전, 광복과 미군정의 역사적 흐름에서 4.3을 통찰적으로 설명했다.

 강 주교는 "2차 대전이 끝나고 1945년과 1947년 사이에 6만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로 귀환했다"며 "그들은 일본 안에서 조선인으로 차별을 받아 가슴 속 울분이 컸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일본에 대한 대단한 저항의식과 조국 해방 염원하는 열망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패전과 더불어 조국에 돌아온 도민들은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보다 강한 민족의식과 조국 국권회복에 대한 열망을 가졌다"며 "실제 이들은 제주지역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미 군정이 남한을 다스리면서 한국의 백성을 행복하게 살도록 다스린다는 의지와 목표를 처음부터 갖지 않았다"며 "도민들은 매우 굶주리고 힘들었다. 제주 치안을 맡은 민간 경찰도 일제 경찰로 일한 사람들을 그대로 채용하니 미군정에 대한 근원적 불신, 불만들이 굉장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그 불만이 폭발한 것이 47년 3.1절 대집회다. 그 행사에 3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역사상 그 군중이 모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도민들 울분과 불만이 넘쳐 차오르고 있었다"며 "지역 경찰 위시한 미군정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행사 책임자 색출을 본격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 인해 총파업이 시작됐다. 총파업에는 경찰과 사법기관을 제외한 행정기관, 학교, 우체국 등 직장인 90%에 달하는 4만여명이 참여하면서 도민 전체의 엄청난 반발이 시작됐다"며 "미군정이 더 강경하게 대응하다 1948년 4월 3일 봉기 습격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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