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45)서귀포시 강정동 '흑돈 퍼주는 집'

[당찬 맛집을 찾아서] (145)서귀포시 강정동 '흑돈 퍼주는 집'
제주의 전통과 함께 퍼주는 흑돼지
  • 입력 : 2018. 04.26(목) 2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1991년부터 흑돈 퍼주는 집을 운영 중인 강재준·김미자씨 부부.

흑암퇘지를 통째로 숙성시킨 생고기 참숯 구이
다양한 부위별 고기와 냉채족발·찌개도 별미
동지김치·쉰다리소면 등 향토음식 느낌 '물씬'

문득 맛있는 고기를 무한정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배를 채우는 푸짐한 양이냐 입맛을 채우는 질이냐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흑돼지 생구이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고깃집. 바로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흑돈 퍼주는 집'이다. 이 곳은 식당이나 가게가 밀집된 번화가도 아닌 곳에 위치해 있지만 알음알음 소문을 타고 흑돼지를 양껏 즐기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곳은 1991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나름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통 맛집이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인 강재준(58)씨는 무한리필집이지만 맛좋은 고기집으로 손꼽히는 이유로 100% 오리지널 흑암퇘지를 꼽았다.

노릇 노릇 구워지고 있는 흑암퇘지.

"경매를 통해 일주일에 두 번 1등급 암퇘지를 통째로 들여 옵니다. 유통 과정 없이 저장고에서 3~4일 정도 숙성시켜 내놓는 고기는 직접 먹어 본 사람만이 압니다. 동네 주민들도 자주 찾지만, 한 번 가게를 와서 맛을 본 관광객들은 제주에 올 때마다 일부러 이곳을 다시 찾아옵니다."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강씨가 고기를 마리째 들여오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부위별로 흑돼지 고기를 내 줄 수 있다는 것. 전지 등 특정 부위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목살과 목 뒤에 붙은 살, 앞다리와 뒷다리, 오겹살, 등심 등 다양한 부위를 질리지 않게 맛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기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워주는 냉채족발도 통째로 들여오는 덕분에 만들 수 있는 기본 반찬 중 하나다.

강씨의 손으로 양을 재서 한 덩어리라도 더 주고자 하려는 넉넉한 인심처럼, 푸짐한 반찬들과 함께 본격적인 고기 파티가 시작된다. 보기만 해도 윤기가 흐르는 두툼한 고기를 100% 참숯에 구워먹는 맛은 제주 흑돼지 고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부위별로 다양하게 나오는 고기도 고기지만 마리째 들어오는 돼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는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에 사용된다. 돼지뼈를 푹 고아서 만든 육수에 김치와 고기를 넣고 끓여 나온 찌개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뜰 때마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을 떠올리게 하고, 밥이 없어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찌개(사진 왼쪽)와 쉰다리와 채소를 갈아 넣어 만든 쉰다리소면.

강씨는 고깃집이니 고기에 신경이 당연히 많이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냉채족발과 돼지뼈로 우려낸 찌개와 함께 내놓는 반찬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채소를 직접 재배하거나 구한 제철 나물 반찬들이다. 이번에 나온 반찬도 제주 고사리를 비롯해 4월이라 끝물이 다 돼간다는 쪽파로 담근 김치다. 또 동지김치(나물)도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다.

흑돼지 고깃집이지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음식은 또 있다. 누룩으로 만든 전통 발효 음료 쉰다리와 채소를 갈아 넣어 만든 쉰다리소면. 아흔이 다 되어가는 강씨의 장모가 만들기 시작했다는 쉰다리소면 역시 새콤달콤한 맛이 고기의 맛과 잘 어우러져 손님들이 즐겨 찾는 별미 중 하나다. 시원하게 들이키다 보면 발효 음식이라 소화도 되고, 어느새 국물까지 싹 비우게 된다. 특히 쉰다리와 채소를 섞는 비율이 매우 중요해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손이 많은 간다는 게 강씨의 설명.

강씨는 "손님들이 와서 '배불리 먹고 맛있게 먹었다'라고 하면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제주에 왔으면 제주 음식을 잘 먹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고깃집을 하면서도 오픈 당시엔 드문 무한리필을 선택한 이유도 손님들이 제주 전통 흑돼지를 실컷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흑돼지 구이부터 사이드 메뉴인 쉰다리소면, 서비스 메뉴인 냉채족발과 찌개, 나물이나 김치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의 손길이 가뜩 담긴 제주의 향토 음식들이다. 흑돈 무한리필이 성인 기준 2만원(초등학생 1만2000원)으로 가게는 쉬는 날 없이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문의는 739-1134.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16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