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이 머우꽈?"… 한밭 무대서 그에 답하다

"제주4·3이 머우꽈?"… 한밭 무대서 그에 답하다
극단 이어도 대전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대표 공연
오도롱 마을의 사연 모티브로 4·3 다룬 '귀양풀이'
제주사람 수난과 치유… "잘 몰랐던 4·3 새롭게 알아"
  • 입력 : 2018. 06.24(일) 20:2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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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어도가 지난 23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장에서 제주4·3을 다룬 '귀양풀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대한민국연극제집행위원회 제공

"불쌍한 영혼입네다. 살려줍서 살려줍서. 갈 곳 없는 넋이우다. 열어줍서 열어줍서, 저승길 열어줍서."

지난 23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국가공권력에 의해 크나큰 고통을 겪은 70년전 제주 사람들의 사연이 공연장 안에 퍼졌다. 극단 이어도가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대표로 참가해 '귀양풀이-집으로 가는 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와 7시30분 두 차례 공연된 '귀양풀이'는 제주방언 대사로 제주4·3 당시 제주시 오도롱 마을에서 벌어졌던 수난사를 다뤘다. 4·3유족인 극단 이어도 김광흡 대표가 극본과 연출을 맡아 극 중 문정순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드러내고 힘겨운 치유의 과정을 보여줬다.

극단 이어도가 지난 23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장에서 제주4·3을 다룬 '귀양풀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대한민국연극제집행위원회 제공

이어도 측은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진출이 결정된 이후 거듭 보완 작업을 거쳤고 이번 대전 공연에서 한층 짜임새 있는 무대를 펼쳐놓았다. 1시간 30분여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국악연희단 하나아트의 라이브 연주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극의 제목인 귀양풀이처럼 제주 무속굿 장면을 등장시켰고 제주도무형문화재인 '제주도 영장소리' 중 상여를 메고 갈 때 나오는 '행상소리'가 불려지며 제주섬 전통문화의 일단도 들여다보게 했다.

입장객들에게는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기념사업위원회가 펴낸 4·3 소식지, 4·3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책자 '4·3이 머우꽈?', 동백 배지를 나눠주며 4·3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줬다. 6·25전쟁 때 제주에서 피란시절을 보내 제주를 고향처럼 여긴다는 배우 박정자씨도 제주 대표팀 작품을 관람하러 저녁 공연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김다영(49·대전시 대덕구)씨는 "제주방언을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공연을 보며 새롭게 4·3을 알게 되었다"며 "앞으로 제주에 갈 일이 생기면 4·3평화공원을 방문하겠고 4·3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친이 '귀양풀이'의 배경이 된 오도롱 출신이라는 김경수(48·서울)씨는 "공연 날짜에 맞춰 일부러 대전에 왔다"며 "어릴 적 친척들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로 연극을 보는 동안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막이 오른 대한민국연극제는 7월 2일까지 계속된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가 참가하는 연극계 큰 잔치로 국내외 초청 공연, 경연, 야외 행사 등이 마련되고 있다. 대전=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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