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가슴에 꽂히는 시 한편 위해

단 한 사람 가슴에 꽂히는 시 한편 위해
짧고 야무진 시 표방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10주년에 동인지 20호 '풀잎의 마음' 발간
  • 입력 : 2018. 11.20(화) 18:2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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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틔우지 못하는 씨앗을 얻다 써/ 단, 한 사람 가슴에도 꽂히지 못하는 시를 뭣하러 써'(오인태의 '詩앗' 전문).

이 짤막한 시에 '작은詩앗·채송화' 시동인이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는 게 아닐까. 시가 점점 장형화, 요설화해 가면서 독자와 시인들의 거리는 멀어지고 시는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 가고 있다는 뼈아픈 진단이 채송화 시동인을 낳았기 때문이다. 천둥 같은 시, 번개 같은 시처럼 줄이고 줄인 몇 마디 말로써 깊은 의미와 감동을 전하고 싶은 게 그들의 바람이다.

2008년 3월 창간호를 띄운 '작은시앗·채송화' 동인. 어느 덧 10주년을 넘긴 이들이 얼마 전 스무 번째 동인지 '풀잎의 마음'를 내고 지난달 서울에서 기념 행사를 가졌다.

이번 호에도 집중과 함축이라는 시의 원형을 찾으려는 동인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한국 현대시사에 남을 짧고 단단한 시를 한 편씩 골라 소개하는 '한국의 명시'에는 김달진 시인의 '샘물'이 선택됐다. '초대시'에는 김수복 이영춘 이문걸 시인의 신작시를 수록했고 동인들이 활동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된 '채송화의 친구들'에는 제주 한승엽 시인 등 7명의 신작시를 펼쳐놓았다. '채송화가 읽은 좋은 시', '채송화시론'도 게재했다.

'동인들의 자선시' 편에는 지금까지 나온 1~19호에서 가려낸 5편씩을 뽑아 실었다. 제주의 나기철, 전주의 나혜경, 남원의 복효근, 진주의 오인태, 서울의 윤효·이지엽, 대전의 함순례, 부산의 김길녀 동인 등 8명이다.

채송화 동인들은 20호를 여는 글에서 "짧고 야무진 시를 쓰고자" 한다는 창간사를 꺼내놓으며 "신발 끈을 다시 맨다"고 했다. 고요아침.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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