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 제주에 낯설지 않다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 제주에 낯설지 않다
살아남은 오키나와 주민들 그림으로 증언한 전쟁 참상
22일부터 4·3평화기념관서… 관련 심포지엄·학술회의도
  • 입력 : 2018. 11.20(화) 19:0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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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 오키나와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에 가족과 함께 동굴로 피신한 민간인들.

낯익은 장면이었다.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동굴로 피신하는 민간인들, 피난길에 오르는 여자와 어린아이들, 목숨을 잃은 어머니 곁에 앉아있는 아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건너올 그림들에서 기록화로 봤던 제주4·3의 순간들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아시아태평양전쟁 끝무렵인 1945년 4월부터 6월까지 오키나와 섬들을 무대로 일본군과 미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것이 오키나와전이다. 이 기간 미군과 일본군이 약 8만 명 죽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12만 명 가량이 희생됐다. 당시 오키나와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미군의 공습으로 피난길에 오른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 끔찍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오키나와 사람들이 깊은 상처를 누르며 자신의 경험을 담아내 그려낸 작품들이 제주를 찾는다.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제주대 평화연구소(소장 조성윤) 공동주최로 이달 22일부터 12월 10일까지 4·3평화기념관에서 이어지는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 전이다.

제주에 전시되는 작품은 1980년대 초에 그려졌다. 해외 전시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림으로 증언하는 전쟁의 기억을 만날 수 있다. 개막 행사는 첫날 오후 1시30분.

개막일 오전 10시부터는 제주오키나와학회와 공동으로 심포지엄도 진행된다. '오키나와전과 4·3: 제노사이드에 대한 주민의 기억과 재현'(조성윤) 기조 발표를 시작으로 '전쟁 '체험'을 그리다'(기타하라 메구미 오사카대 교수), ''원폭도'가 그려내는 전쟁의 '기억''(오카무라 노리유키 마루키미술관 부관장), '역사적 트라우마, 그림으로 피어나다'(김유경 제주대 강사), '진보함, 혹은 진부함-4·3을 보는 미술의 시선'(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에 대한 발표가 잇따른다.

미군의 탄환에 목숨을 잃은 어머니 곁에 앉아있는 아이.

이튿날에는 오후 1시부터 제주대 인문대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제주와 오키나와의 지속적 교류와 연대'를 주제로 제2회 제주오키나와학회 국제학술회의가 펼쳐진다. '오키나와와 아마미(奄美): 행정구역과 문화 범역'(츠하 타카시 류큐대 명예교수), '오키나와와 이민'(아라카키 야스코 오키나와현사 편집위원회),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미군기지 문제 등:국제보도 현장에서 본 오키나와와 한국의 현재'(이진희 전 류큐신보기자) 등에 대한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제주와 오키나와의 지속적 교류와 연대'를 주제로 자유토론도 이루어진다. 문의 064)723-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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