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문화광장] 돔박새 운다

[문무병의 문화광장] 돔박새 운다
  • 입력 : 2019. 01.15(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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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모에 받아 둔 청탁원고가 1월 13일(일요일)까지 잊지 말고 써 달라는 한라일보 화요칼럼 원고(15일)였다.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고 내 나름 의미있는 글이라 잘못하다가는 기해년(己亥年) '영등바람'의 '기십 어신 헛소리'가 될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몇 가지 글감들을 떠올려 보았다.

올해는 남들처럼 나도 60년에 한번 찾아오는 황금 돼지해에 어울리게 금돗은 아니어도, 100년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에 서식하던 제주 산톳을 잡아 돗통시에서 키운 꺼멍헌 흑도새기 잡앙 돗제를 행 마을 사람들이 각반분식하여 나누어 먹는 풍속이나 잔치 집에 가 돗괴기 석점 나눠먹던 인심처럼 올해도 글 좀 써 예술의 다복한 결과를 나눌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하고 싶다.

계획으로는 내가 홍만기 양성자 김창후와 발품 팔아 4·3연구소 간 한울출판사에서 나왔던 4·3채록집 '이제사 말햄수다' 상하 2권의 내용을 4·3 장편 굿시 로 다시 쓴 '영게울림', 새로운 여름축제 '칠성굿', 제주큰굿 자료편 4권 등의 준비하고 있다. 이 작업과 함께 늘 마음에 그려오던 것은 제주큰굿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미학, 상상의 새(悲鳥) "비새가 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생자와 죽은 영혼의 대화 '영게울림'으로 이루어지는 눈물의 미학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굿을 통해 비새가 어떤 새인지 알게 되었다. 죽은 영게(靈魂)와의 대화는 할머니들이 슬픔에 겨워 흐느끼며 말하는 '심방의 말명' 같은 말을 "비새같이 울업저"라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상상의 새, "슬피 우는 새의 울음"을 가리켜 "비새가 운다"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그 '비새'가 바로 돔박새란 확신이 생겼다.

나는 전교조로 해직돼 아무것도 없이, 성읍2리 구렁팟에 10평짜리 집에 유배되어, 혼자 비오는 밤 두시 경에 들었던 '돔박새 소리'. 그때 나는 굿판에서 심방들이 동백꽃을 들고 춤을 주며 말하는 말은 들으면, 동백꽃은 생명꽃-생명꽃 환생꽃 번성꽃-이라는 것이었고, 비오는 깊은 밤 홀로 되어 취중인지 꿈속인지 슬프게 우는 돔박새의 울음은 지금 와 생각하니 비새의 울음소리였다. 그 날 밤 두서없이 써 내려간 시가 '돔박새 운다' 였는데 그때는 초라한 나의 모습만 어른거려 생각을 못했는데 분명 돔박낭 가지에 앉아 울던 돔박새는 상상에 새 비새였다.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새벽안개 속에 돔박새 운다./어둠을 쓸며, 어둠을 쓸며,/생명꽃, 환생꽃, 번성꽃 물고,/어둠을 쓸며,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새벽안개 속에 돔박새 운다./제주 절섬 성읍2리 구렁팟/붉은 동백 가지 끝에서/주문을 외며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새벽안개 속에 돔박새 운다./배고픈 새 쌀 주고, 물그린 새 물 주며,/사랑 잃은 새 님 그려/밤비소리 가르며 돔박새 운다.

4.3 70년이라 누구나 동백꽃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 사람에게 동백꽃은 다 동백꽃이 아니다. 개량종 분홍이나 가벼운 빛 동백꽃은 '돔박꽃'이 아니다. 작지만 곶자왈에 자생하는 짙고 붉은, 마을 안길에 너무커버린 나무에 주먹만큼 크고 검붉은 동백, 진녹색의 두터운 이파리와 꽃 모두 생명의 윤기를 발산하는 생명꽃, 다시 말하면 생명꽃, 환생꽃, 번성꽃이 제주 동백꽃이다.

동백꽃을 보며 생명을 이야기할 때 진정 제주 4·3이 꽃이 된다. 그때 동백 가지에 앉아있는 돔박새(白眼雀 흰눈참새) 상상의 새 비새가 보일 것이다.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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