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해외연수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

[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해외연수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
  • 입력 : 2019. 01.16(수)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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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축제기획자로 일했던 적이 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축제를 기획하고 틈틈이 대학로를 오가며 공연기획도 하였다. 새 천년이 열리던 시점이라 뭔지 모를 기대감과 역동성이 꿈틀댔다. 열심히 전국의 축제를 참관하고 좋은 공연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축제는 관주도형이 대부분이었다.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그저 그렇게 흘러갔다. 궁금증과 답답함이 해결되지 않았기에 해외로의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당시 갖고 있던 전 재산을 싸들고 유럽으로 축제를 찾아 떠났다.

백일이 넘는 시간동안 10개국 20여개가 넘는 도시를 돌아다녔다. 영국여왕의 생일 퍼레이드에서부터 노팅힐 페스티벌, 찰츠부르크 음악제, 에딘버러 축제 등의 세계적인 공연예술제는 물론 동네축제, 각종 기념식, 전통마켓까지 가능한 다양하게 빠짐없이 참관했다. 축제기획자, 담당 공무원,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하도 열심히 해서 외국 기자들까지 취재에 끼워주며 도와주었다.

그러나 알아갈수록 한계가 느껴졌다. 축제는 그 사회가 갖는 문화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식을 억지로 갖다 끼운다고 그들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인식이 변하는 게 먼저다. 그래서 귀국 후 축제기획자로 돌아가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 하는 척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글을 기고하며 펜을 들었다. 아마 당시의 성찰이 없었다면 나는 어설픈 벤치마킹으로 흉내나 내는 축제들을 꽤 양산했을 것이다.

최근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가이드폭행은 물론 숙소에서의 추태 그리고 연수라는 명목으로 외유성 관광을 즐긴 것 등이 문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녀와서 엉뚱한 정책이 반영되는 것이다. 나라마다의 여건과 문화가 다른 환경은 고려되지 않고 어느 단면만 보고 따라한다면 올바르게 반영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제주 역시 벤치마킹의 결과 90년대에는 하와이형 관광지를 내세우며 각종 리조트단지를 개발하고 2006년에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결합한 '홍가포르'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외자유치를 하고 나섰다. 그 결과 지금 제주의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가? 제주도민들은 행복하고 제주도는 살기 좋은 섬이 되었는지 묻고 싶다. 만약 정책을 반영하기에 앞서 하와이의 여러 섬 중 휴양형 관광지로 개발한 섬과 자연자원을 지키고 보존한 섬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과 같은 난개발은 막아야 했다. 홍콩의 집값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제주의 부동산 문제는 예상되었을 것이다.

최근 북유럽국가들은 잦은 한국 기관들의 방문에 물음표를 던진다. 전혀 다른 조건에서 뭘 따라하려는 것인지? 왜 자료를 공유하지 않고 각기 따로 방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기에 해외연수가 더 이상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예산낭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해외 벤치마킹이 필요한 이들에겐 연수계획서를 작성하게끔 하여 심사를 거쳐 기회를 주고, 의회의 경우 다녀온 후 각자가 느낀 소감이나 정책을 직접 적어내게 하는 것이다. 도민들은 아주 적은 지원금이라도 받게 되면 까다로운 서류와 계획서를 작성하고 심사를 받는다. 이를 묵묵히 따르는 이유는 공적 자금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적 기관은 더 엄격해야 한다. 기관들 스스로 신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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