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코닥이 제주관광에 주는 교훈

[현영종의 백록담] 코닥이 제주관광에 주는 교훈
  • 입력 : 2019. 03.11(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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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 130년 전통의 코닥은 2012년 1월 파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후발주자였던 후지필름의 운명은 달랐다. 후지필름은 1934년 영화필름을 만드는 '후지사진필름'으로 출발했다. 필름카메라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1984년 LA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면서 정상에 올랐다. 2000년엔 필름 부문이 회사 총이익의 70%에 달할 만큼 잘나갔다.

운명을 가른 것은 디지털 카메라였다. 1970년대 개발된 디지털 카메라는 인터넷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장은 필름 카메라의 퇴보로 직결됐다. 세계 컬러필름 수요는 정점에 이르렀던 2001년 3월 대비 2004년 80%, 2007년 50%로 하락했다. 2009년 20%, 2011년엔 10%로 곤두박질쳤다.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것은 코닥이다. 1975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토스터기 만큼이나 크고, 사진 한장을 찍는데 20초 넘게 걸릴 정도로 불편했다. 화질도 떨어졌고, 사진을 보기 위해선 TV와 연결해야 하는 등 번거로웠다. 코닥 임원진 사이에서도 고심이 이어졌다. 치열한 논의 끝에 필름 시장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후지의 대응은 달랐다. 새로운 사업으로 과감히 시선을 돌렸다. 테입·광학장치·비디오 테입 등 영화의 인접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복사기·사무자동화 사업에도 진출했다.일본 제약회사인 도야마(富山) 화학공업과 세계 2위 제약회사인 독일 머크(Merck)의 자회사 두 곳도 인수했다. 10여년간 인수합병한 기업만 40여개, 투자금액은 7000억엔에 달할 정도였다. 2005년엔 LCD TV에 1500억엔에 이르는 투자도 단행했다. 도야마 화학공업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아비간' 등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재기(再起)의 발판이 됐다. LCD TV에 대한 투자는 전 세계 TAC 필름시장의 70%를 독점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생사를 가른 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자세·방향성이었다. 후지는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더불어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했다. 카메라 필름에 대한 고객 니즈(needs)가 없다는 판단 아래 화장품·의료기기 등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같은 노력 덕에 후지필름은 불과 15년 만에 위기를 떨쳐 냈을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제주 관광산업이 기로에 봉착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433만여명으로 2017년에 비해 2.9% 감소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6년 1585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주변국의 관광경쟁력은 위협적이다. 일본은 강력한 관광진흥 정책에 힘입어 관광대국으로 올라섰다. 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도 관광시장 개척·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강산 재개방, DMZ 공동 이용 같은 내부 변수에 따른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체질 개선 정도가 아니라 혁신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시대적 낙오자가 될 뿐이다. 코닥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겨 준 교훈이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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