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1주기…세화중의 '다랑쉬 넘어 부는 봄바람'

제주4·3 71주기…세화중의 '다랑쉬 넘어 부는 봄바람'
  • 입력 : 2019. 04.18(목) 16:07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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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명예교사가 학생들에게 4·3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세화중학교가 제주 4·3 71주기를 맞아 4·3의 아픔을 함께 하며 평화를 기약하는 의미있는 교육을 실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세화중학교(교장 송시태)는 제주4·3 71주년을 맞아 지난 3월25일 부터 4월12일 사이에 구좌읍 다랑쉬굴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힘을 모아 다랑쉬굴을 실물크기로 재현했다.

세화중은 '제주인의 정체성을 찾는 교과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1학년은 우리 고장의 역사문화 바로 알기(제주신화), 2학년은 지역사회와 해녀문화 알기이고, 3학년은 제주 4·3평화와 인권교육이다.

다랑쉬굴 만들기는 3학년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냥 책으로 보는 것보다 운동장 한 켠에 다랑쉬굴을 재현해, 그 안에서 4·3수업을 진행하며 다랑쉬굴의 비극을 몸소 느끼고, 평화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문과 다랑쉬굴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한 다랑비(多朗碑)를 세웠다. 다랑비는 4·3평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공모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다랑쉬굴 표본 모형 제작



다랑쉬굴 모형 안에서 4·3의 이야기를 배운 학생들이 추모 리본에 써서 달아놓은 글들은 '제주 4·3은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4·3 평화인권의 꽃으로 피어나다', '4·3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4·3으로 평화 인권을 배우다', '4·3 침묵의 아팠던 역사, 이해와 관심으로 다시 피어나다' 등 매우 다양했다.



다랑쉬굴 재현은 지난 3월26일 3학년 학생들이 과학시간에 제주도 동굴의 형성과정과 다랑쉬굴의 형태,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동굴의 틀은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한 지오데식구의 정형성을 가지고 왔다. 동굴의 뼈대를 만드는 데만 2주가 소요됐다.

4D 프레임을 이용해 다랑쉬굴의 실제 크기의 형태로 만들다보니 규모가 커서 자꾸 무너져 뼈대를 단단하게 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생기는 배움은 생존교육이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4월8일엔 2학년 학생들이 역사시간에 동굴의 덮개를 차광막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날 3학년은 4·3평화공원과 4·3 북촌 너븐숭이로 융합교과연계 현장 체험교육를 떠났다. 우리 고장에서 일어난 4·3사건에 대한 이해와 평화, 인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4·3평화공원에서는 학생들이 재현하고 있는 다랑쉬굴 모형이 있는 특별실이 있었다. 세화중이 있는 구좌지역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4·3북촌길은 국어시간에 다루고 있는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이 배경이 되는 곳이다.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역사적 상황을 파악하고 의미를 생각했다. 추모비가 있는 곳에서는 음악시간에 배운 4·3관련 노래를 엄숙하게 부르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나흘뒤인 4월12일에는 4·3명예교사 3명이 학교를 방문해 2~4교시까지 1·2·3학년을 대상으로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유족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를 바르게 배움으로써, 4·3사건의 의미 및 평화의 소중함을 바르게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학생들이 만든 다랑쉬굴에서 4·3에 대한 기억과 경험, 교훈뿐만 아니라 제주 고유 전통문화와 농경문화, 제주어 등을 생생하게 접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광주광역시교육청 및 광주시민단체 관계자 35명이 '광주교육포럼' 개최에 따른 수업 참관을 왔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국장을 비롯한 교육장들도 학생들과 함께 명예교사들의 수업을 들으면서 역사적 아픔을 같이 했다.

세화중 송시태 교장이 학교를 방문한 광주교육포럼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랑쉬굴 밖에는 국어교과의 다랑쉬굴 희생자 추모글 쓰기에서 나온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상물을 감상한 후 생각을 나누고, 교장선생님이 다랑쉬굴 현장에서 촬영한 11인의 돌형상을 보면서 추모글을 썼다.

4월13일은 구좌읍한마음체육대회에 참가한 많은 읍민들과 학생, 어린이, 공무원들이 다랑쉬굴에 와서 묵념을 하며 참배를 했다.

세화중학교를 방문한 광주교육포럼 관계자들이 학교측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월17일은 종달초 6학년 학생과 선생님이 '선배에게 듣는 4·3 이야기'를 주제로 세화중학교를 견학했다. 이날은 세화중학교 학생자치회 학생들이 종달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다랑쉬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랑쉬굴에서 비극적인 희생을 당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다랑비(多朗碑)를 세운 세화중학교 학생들은 내년도 교과통합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주4·3사건 72주기를 맞아 제주4·3의 정명을 찾아 '다랑쉬 넘어 부는 봄바람'을 전 세계에 날려 보내기로 약속했다.



광주교육포럼 관계자들이 4·3명예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선배들이 종달초학생들에게 4·3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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