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공갈빵과 정부의 '노인 알바'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공갈빵과 정부의 '노인 알바'
  • 입력 : 2019. 04.24(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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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볼 땐 크지만 속은 텅 비어 있는 중국식 호떡을 공갈빵이라 한다. 예전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뭇 여성들에게 잘 나갔었다. 시각적인 포만감을 주나 실제로는 먹어볼 게 없는 빵이 공갈빵이다. 최근 고용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채 용돈벌이도 안 되는 알바자리에도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가운데 2월 기준 제주도의 실업률 2.8%, 고용률 67.9%라는 수치라는 것이, 뜬 구름 잡듯 실직자 수당을 받으러 고용센터를 들락거리는 많은 수급자들이 자립할 수 없는 불치의 증후군을 앓는 환자처럼 보일 때마다, 거인의 공갈빵을 앞에 두고 발군하는 소인국 사람들의 만용처럼 위태롭게 느껴진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조냥 정신'에 쉴 새 없이 부지런했던 옛 제주인의 사는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정부 경제구조개혁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한 여론은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인 30~40대 취업자는 25만 명이나 줄었고, 가정경제를 책임져야하는 40대 취업자는 약 17만명 줄어 27년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음에도, 정부는 되려 한 달 몇 십만 원 월급 받는 속칭 '노인 알바'로 고용통계수치를 부풀려, 일 년 전보다 증가했다고 경제부총리의 "고용 상황이 나아져 다행"이라는 말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세금으로 가짜 일자리 만드는 것이고, 통계청의 고용 현황 발표도 실제 일자리 상황이 아니라 국민 눈속임용 숫자 공개'라면서 발끈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 달 급여가 30만 원 이상이면 취업자로 분류됨으로 이에 따라 적당한 급여에 고용보험을 들어야 고용이 되는 것이어서, '하루 세 시간 이상, 주 5일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고용보험이 취득 된다'는 룰을 깨고 정부차원에서 선심 쓰듯 고용보험을 들어준다는데, 지금 열악한 중장년층들은 취약한 급여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훗날 실업급여라는 황금열매를 따기 위해 정부가 이를 이용해 고용통계를 왜곡하는 것도 모르는 척 달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JDC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역에 투자한다는 이음일자리사업도, 만50세 이상 만70세 이하의 구직 중인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2시간, 한 달에 45만 여원을 수급하는 3차 오름매니저 81명 선발에도 3대 1의 경쟁률을 웃도는 뜨거운 파문을 낳기도 했다.

JDC의 생색내기성 '다수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일각에선 JDC가 제주에서 걷어가는 것에 비해 '다수의 소일거리'를 제공하면서 잘난 척 잘도 한다는 맹렬한 비난의 소리가 분분하다. 정작 생활이 어려운 이들은 모자란 급여에 투 잡(Two job)을 뛰려 해도 활동시간 맞추기가 어렵다고, '없는 사람, 밥은 먹게 해줘야할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반면에 그것도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며 번번이 도전해 보지만 투 잡이라 활동시간 조절문제로 경쟁률만 부추기다 만다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느 사설에 '노인 알바로 고용 통계 왜곡하고 자랑하는 정부'의 공갈빵도 어떤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인 것이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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