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학의 교과서' 고산 당산봉 지층 훼손 우려

'화산학의 교과서' 고산 당산봉 지층 훼손 우려
올해 3월부터 8월말까지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 진행
빗사면 흙 기존 90도→40도 걷어내 지층 훼손 불가피
전문가 "뛰어난 학술가치 훼손… 아쉬움 남아"
제주시 "깎아내야만 붕괴위험 막을 수 있어"
  • 입력 : 2019. 05.01(수) 17:07
  •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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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일대에서 붕괴위험 지역 정비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이태윤기자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릴만큼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일대에서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지질 훼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당산봉 일대에서는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가 한창이었다. 굴삭기 두 대가 당산봉 빗사면에 올라 흙을 걷어낸 자리에는 당산봉의 지층이 드러났다. 지층은 굴삭기의 영향으로 상당부분 훼손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을 목격한 한 지질 전문가는 "당산봉은 제주에서 서귀포층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지층으로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라며 "붕괴위험지구 개선도 좋지만 굴삭기로 인해 학술가치가 뛰어난 지층이 파헤쳐지고 또 훼손될 수 있는 정비공사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1일 제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당산봉 일대의 빗사면은 지속적으로 낙석과 흙이 떨어지는 등 붕괴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8월 말까지 사업비 25억원(지방비 50·국비 50)을 투입해 당산봉 일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를 진행중이다.

 시는 이번 공사를 통해 빗사면 붕괴 방지 조치로 기존 90도의 빗사면을 40도로 깎아내리고 소일네일리 공법(경사면에다 구멍을 뚫은 뒤 철근을 박아 중간에 시멘트로 채우는 방식)을 도입해 붕괴위험을 해소할 계획이다. 더불어 해당 지역이 문화재보존구역임에 따라 공사에 앞서 지표조사를 실시·완료했으며, 또 최근 공사 과정에서 시대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뼈가 발견되면서 발굴조사 용역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 시행에 앞서 2017년 10월쯤 정비공사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자문을 구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빗사면을 깎아내야 붕괴 위험이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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