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폐광촌 기억 따라 제주서 부르는 '사북 아라리'

강원 폐광촌 기억 따라 제주서 부르는 '사북 아라리'
김수범 작가 이도1동주민센터 갤러리 둘하나서 작품전
사북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영상·회화에 어제와 오늘
  • 입력 : 2019. 05.20(월) 19:1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수범의 '폐광일기-사북에서'.

그가 미술교사로 처음 발령받은 곳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고등학교였다. 그 때가 1988년 9월 1일이다. 그 무렵 사북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잇따르고 빈집도 늘어나던 시기였다. 내리막길로 향하는 사북에서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그의 작업 안으로 자연스레 탄광촌이 스며들었다. 5년 반 동안 사북에 근무하면서 그가 즐겨 다루던 고향 제주의 돌하르방과 동자상 대신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장면이 등장했다.

제주시 이도1동주민센터 입구 갤러리 둘하나에서 열리고 있는 김수범 작품전에 가면 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북 아라리'로 이름붙여진 전시로 1980대부터 2000년때 초반까지 사북을 중심으로 강원도에 머물며 작업했던 회화, 판화 등 20여 점이 걸렸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영상 '사북 아라리'는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해놓은 근작이다. 김 작가는 몇 개의 터널을 거쳐야 하는 기차의 움직임을 따라 사북의 어제(사진)와 오늘(영상)을 대비해 보여준다. 사북의 어제는 그가 사북에서 찍었던 흑백·컬러 사진 수만장 중에서 골라난 1700여점이 흐른다. 광부들이 하나둘 떠난 사북의 오늘은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카지노를 짓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김 작가는 귀향 이후 지난 작업을 점검하는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에는 80년대 중반의 '보롬코지' 시절 판화를 모아 '기억채집'전을 열었다. 사북 시절이 끝난 뒤 콜라주, 영상 등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해온 여정도 조만간 전시로 묶어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 계속된다. 토·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문의 064)728-4472.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45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