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반려(反戾)아닌 반려(伴侶)

[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반려(反戾)아닌 반려(伴侶)
  • 입력 : 2019. 05.22(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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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문밖을 나서는데 가까운 곳에서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돌아보기도 전에 계단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보였다. 설마 버려진 것은 아니겠지, 어미가 이소하고 있는 중일 거라고 믿으며 돌아섰다. 시간이 지나 새벽에 집에 들어서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떨고 있었다. 알레르기 때문에 반려동물 입양을 끝끝내 포기해야 했던 우리 부부였다. 아기고양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망설이지도 않고 품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남편은 박스를 구해왔고 그렇게 우리는 두 마리 아기고양이의 부모가 되었다.

낯선 환경에서 아기고양이는 서로만을 의지한 채 밤을 보냈다. 울지도 않고 주는 밥을 조심스럽게 삼키며 주린 배를 채우고는 다시 서로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도대체 왜, 도대체 누가'라는 물음이 몇 번이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변에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들이 있기에 제주의 유기동물에 대한 심각성을 전해 들은바 있으나 '나의 일'이 아니었고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이기에 뉴스를 눈여겨보거나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채 일명 '집사'생활을 시작하니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은 짐작과 예측이 불가능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한다고 모든 게 충족되는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는 '나의 일'이 되어버린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와 비례해 유기동물의 숫자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도내에서 하루 평균 20~30마리가, 한 해에 8000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고 있다. 반면에 입양률은 현저하게 낮아 올해 통계상으로도 제주도는 전국 최저의 입양률과 전국 최고의 안락사율을 기록했다. 유기동물이 급증하며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자 제주도는 유기동물 방지 정책으로 전국 최초 중성화수술 지원사업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해결방안도 중요하지만 원인을 인지하여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 반려동물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의 연으로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반려(反戾: 배반하여 돌아섬)하며 차가운 거리에 유기한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동물은 최소한 먼저 돌아서지 않는다. 충성으로 보답하고 애교로 화답한다.

여전히 아기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자신은 없다. 점점 호기심 넘치고 에너지 왕성한 아기고양이들 덕분에 매일매일 수십 번 웃음과 한숨이 뒤섞인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고양이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생전 처음 풀어보는 숙제를 던지고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무릎위에서 평화롭게 잠든 아기고양이들을 바라보다 오늘도 제주도 어딘가 20~30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을 거라는 사실에 저려오는 무릎보다 마음이 먼저 저려온다.

<김윤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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