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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9)한라산으로 난 길(김성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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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꽃들이 부산스레 수풀을 헤치며 산을 오른다

 붉은 꽃들이 붉은 열매를 남기고 툭툭 진다

 붉은 꽃을 따라간 푸른 잎들이 붉은 잎으로 산을 내려온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산은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는 것이었다



 계절이 산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산이 울어 핏줄이 터지고 섬이 젖는 것이었다

 새들이 붉은 열매를 물고 날다가, 이따금

 그 붉은 빛이 산의 피울음인 것을 알고는 떨구기도 했다



 그리고 밤이면 몰래

 마을로 내려와 우는 아이를 잠재우곤 했는데

 산이 마을로 내려오는 것을 막으려고, 어제부터

 밤새껏 가로등이 눈을 부라리며 보초를 서는 것이었다



 부하의 총에 죽은 섬에서 제일 높은 군인이 취임 연단에 서던 날

 "삼십만 제주도민 다 죽어도 좋다. 온 섬 다 태워도 좋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우렁우렁 연설 소리

 한라산을 정복하는 건 남반도의 정상 자리에 오르는 일



 날벼락 떨어져 타오르는 불길이 심장에서 쏟아지는 핏물이

 이정표로선

 한라산으로 난 길이 상여 길임을 아는지

 소름을 털며 소 울음이 먼저 산으로 간다



 오늘, 나는 그 길에 술 한 잔 올리고

 때늦은 문상(問喪)염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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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4·3희생자는 '빨갱이', 그 유족은 '빨갱이 새끼'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한라산으로 난 길은 빨갱이가 되는 죽음의 길이었다. 1948년 5월 6일 제주지역 연대장이 교체되었다. 김익렬(金益烈) 중령을 해임하고 박진경(朴珍景) 중령을 발령하였다. 박진경은 일제 말기 일본군으로서 제주도에 주둔한 바 있다. 6월 18일 부하에 의해 암살될 때까지 한 달 열흘 가량 제주도에 머물며 진압작전을 지휘했다. 그는 연대장 취임식 때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했다. 박진경은 미군의 인정을 받아, 6월 1일 대령으로 진급하고, 6월 18일 그의 작전 방침에 불만을 품은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박진경이 암살당하자 미군사령부는 6월 21일 새로운 연대장으로 최경록(崔慶祿) 중령을, 부연대장에 송요찬(宋堯讚) 소령을 임명하였다. 이들은 모두 일제 때 전투경험을 가진 일본군 준위 출신으로서 미군정 시대에는 나란히 군사영어학교에 입학하였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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