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적재함엔 농민들 아쉬움 가득

마늘 적재함엔 농민들 아쉬움 가득
올해산 마늘 첫 수매현장 대정농협 유통센터
"일당 올랐는데 수매가는 제자리"…차별화를
"최남단 마늘 북한 지원" 농협·도의회에 건의
  • 입력 : 2019. 05.23(목) 16:03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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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올해산 마늘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강희만 기자

올해산 마늘의 수매가 시작된 23일 오전 10시쯤 대정농협 유통센터는 수확한 마늘을 싣고 들어오는 차량보다 차량에 적재된 마늘을 대형트럭에 옮겨싣기 위해 기다리는 일손이 더 많았다. 당초 계획상 첫 수매는 22일이었지만 지난 17일부터 사흘간의 비날씨로 인해 하루 늦춰졌다. 22일 오후 일부 수매가 이뤄졌지만 수확이 늦어지면서 이날 오전 유통센터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접어들면서 마늘을 실은 차량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한쪽 바퀴가 내려앉을 정도로 가득 실은 1t 트럭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였다. 농가들의 얼굴에는 수확에 따른 기쁨과 적정 수매가를 받지 못하는 아쉬운 표정이 교차했다.

 전국적으로 마늘 재배면적은 2만8000㏊로 전년대비 17% 증가했고 생산예상량은 최대 36만t이상으로 평년대비 6만t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늘작황까지 좋은 상황이어서 1년 동안 힘들게 농사를 지은 마늘에 대한 수매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마늘 재배농가인 박태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은 "당장 인건비가 지난해 일당 7만5000원에서 올해는 8만원으로 올랐지만 마늘 수매가는 ㎏당 3000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면서 "육지부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라는데 언제까지 다른 지역 상황에 휘둘릴게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제주마늘의 독자판로를 확보해 수매가격 결정부터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30년째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문성두씨(61·일과리)는 "4월 한달정도 가뭄이 지속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됐지만 다행히도 작황은 좋은 편이다. 그런데 마늘 농사를 해온 입장에서 보면 마늘농사는 하늘에 운명을 맡겨야 되며, 사람의 능력은 20~30%에 지나지 않는다"며 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농사의 어려움은 그렇다치더라도 효과적이지 못한 유통대책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문씨는 유통대책의 일환으로 "최남단 제주의 마늘이 북한에 지원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건의했다. 아울러 도의원에게 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

 올해 대정지역 마늘의 경우 지난해 보다 구의 크기가 좋고 단수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작황만큼 마늘 수매단가도 높았으면 좋겠지만 현재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계약재배 외 물량의 경우 포전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정농협은 계약재배물량 110%외에 130%까지 추가수매를 통해 계약재배 농가들의 시름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농협관계자는 강조했다. 김정훈 대정농협 유통센터장(상무)은 "남도만이 아니라 육지에서 생산되는 대서종도 풍년이라 예년 대비 풍작이 예상돼 매우 어려운 상태에 봉착했다"며 "수매단가는 농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심의결정부분에선 여러가지 작황상태나 농가 기대감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12일까지 예정된 올해산 마늘의 수매현장은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마늘을 하차한 적재함에 농민들의 아쉬움으로 다시 가득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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